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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an 14. 2024

겨울비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기 좋은 날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겨울철인데 눈도 오지만 비가 자주 온다. 지금 창밖으로는 비안개에 가려서 북한산자락이 희미하게 윤곽만 보인다. 딱히 나들이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핑계를 만들어 주는 날씨다.


비가 그치고 나면 북극권 찬기운의 소용돌이가 한반도를 덮어서 한파가 3일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기는 하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강한 추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눈 그친 후의 한파가 아니어서 교통사정이 더 나빠지지 않고, 빙판길로 인한 사고도 없기를 기원해 본다.


휴일에 눈이 온다면, 지금쯤 구청의 제설차들이 열심히 활동하면서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을 텐데 다행이기도 하다. 물론 언제 눈으로 바뀔지 몰라서 대기하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들이 몸이라도 너무 피곤하지 않는 휴일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강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교수법 테크닉’이라는 책이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이지만, 내용은 현재에 적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책을 읽은 감상은 여러 가지인데 이 책은 ‘반성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강의의 기회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 정도의 강사인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교수법은 어렵다. 여러 번 배우고, 여러 가지를 배워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알고 깨달은 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읽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 속에 나오는 내용 한 가지. 강사는 전문성이 있는 내용의 콘텐츠(contents)와 강의 스킬(skill)을 구비해야 하는데, 최상은 둘 다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저자는 전문성에 우선을 둘 것을 강조한다. 


내용의 전문성이 있으면 강의 초기에 스킬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연륜이 쌓이면서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이 강의 스킬만으로 하는 강의는 오래가도 발전이 적고, 자칫 오락으로까지 흐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나는 강의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강의 스킬 부분에 대한 것만 추구하지 않았나를 반성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최소한 지금의 나를 반성하고 성장을 생각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 지혜가 반드시 전문성을 저절로 완성해주지는 못한다. 책을 읽으며 더 배우고, 숙고하면서 깊이가 더해지기를, 실천을 통하여 성장하기를 강하게 원해본다.


과일이나 고구마처럼, 싱싱한 상태에서도 맛이 좋지만 겨울 동안 제대로 저장하여 숙성시키면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강의에 처음 임하면서 가졌던 열정은 계속 간직해야 하지만, 강의 목표에 맞는 전문성이 갖추어진 숙성되고 깊이 있는 강의 스킬을 가지고 싶다. 


오늘은 열의를 새롭게 하면서 성장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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