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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석 Dec 25. 2021

극부부도#5. “그니까.. 크리스마스잖아요”


1. ​


3주 전쯤, 친구 A가 잘 다니는 시가바를 다녀왔다.


우린 주로 어떤 주제에 대해 얘기할   튀기듯 목소리가 높아지며   없이 떠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때마다 친구는 목소리를 낮추라며 주의를 주듯 검지를 입술에 가져가곤 했다. (실제론 자기 목소리가  )


크리스마스인데 감흥이 없다, 이런 역시 감흥없는 얘기를 하는데 A 이제 크리스마스만 되면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받은 기억부터 떠오른다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A는 지금 아파트에 17년째 살고 있는데, 과거엔 아랫집과 어떤 트러블도 없었다고.

A 아버지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 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아랫집과 문제가 생길 여지가 적다. 그런데 어찌  일일까.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A 어머니가 친척 집에 가셔서 집을 비우시자 저녁쯤 지인 셋을 불렀다.


싱글인 그의 입장에선 자칫 방구석 신세였다. 바닥에 앉아 발톱이나 깎거나,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나 봤겠지. 몹시 신이  만도  보인다.

A 음향기기에 관심이 많아 투자를 많이 는데 공동주택에 산다는 이유로 그의 기기들 먼지만 이고 있다는  나도 알고 다.

기기들은   쓰면 고장 난 다고. 이때다 싶어 A 스피커에   줬을 게다. 스테이크를  구우려는 찰나, 불쾌한 “찌르르르르르르르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받아보니 아랫집에서  인터폰이었다.

A 말은 이랬다. 아랫집에선 스피커의 웅웅대는 소리가 불편했을 수는 있겠으나, 어떻게  1분도  참고 인터폰을 하는 것인지. 자신이  한번이라도 이래  적이 있었느냐, 정말 야속하다 것이다. 그리고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는 것도 아니고  것을 요구했다고.

A 뚜껑이 열린 것은 다름아닌 아랫집 사람의 태도였던 걸로 보인다. 마치 자신을 아파트에서 음악소리 크게  개념 없는 사람 대하듯, 그리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가침 권리를 찬탈이라도 한 가해자로 규정해 당연하게 요구해오는 모습에 화가 난 거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버렸다고 한다.

제가 언제 이런 일로 불편드린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1 만에 인터폰을..하 참..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뭐.. 뭐요? 크리스마스?”

“아니 그니까 크리스마스잖아요!”

​​


2.


성탄절 이브였던 어제 지하철엔 사람이 꽤 많았다.


내가 타자마자  좋게 바로 자리가 났다.

난 교대역에서 약수역을 향하고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대여섯 정거장 정도는 가야했기에 앉는 게 당연했다. 임신부석도 아니고 노약자석도 아니었다.

내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자리도  비게 됐는데, 마침 앞에 손을  잡고 붙어 있던 학생 커플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짓는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앉으라고 하는 듯 눈썹을 찡긋이자 여자친구가 내 옆에 앉게 됐다.

남자친구 손에는 ‘호랑가시나무 열매크리스마스 장식 상자가 들려 있었다.

둘은 에어팟  쌍을 한쪽씩 나눠끼우고 있었는데, 이어폰 한쪽을 빼어  귀에 꽂아주던 대학생 시절의 아내의 손길과 그날의 풍경이 펼쳐졌다.

당시 아내는 ‘루시드폴 좋아했는데, 왠지 모르게 외할머니의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마음  구석을 깊숙이 파고들었었다.

일반적으로 행복이란 단어는 ‘만족감이란 단어로 대체해 사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입밖에 꺼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날만큼은 진심으로 나에게 이런 과분한 사랑이 허락돼도 되는 것인지 어리둥절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행복이겠지.

나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앞으로 기울여 앞머리를 내린 채 여자와 눈빛을 주고받고 있던 남자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앉으세요.”

 남자는 어리둥절해하며 앉아 여자 친구와 뭐라 뭐라 말하는  했는데, 아마  양보해준 것인지 궁금해했으리라.


 뒤로도 내리지 않은    정거장은 인파 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또한 옴짝달싹을   없었기에 멀리  갔으니  커플이  번씩 쳐다보는 느낌이 곤 했다.

만약 물어봤다면 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싱긋 웃으며 말해줬을 텐데.

“그니까.. 크리스마스잖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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