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외부 작가님을 모시고 촬영을 했다.
남자분이셨고, 아침 8시에 약속을 잡았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해본다.
조금 긴장해서인지 잠도 설쳤다.
새벽 5시부터 알람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가
샤워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
스튜디오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머리를 고데기로 조금 더 볼륨감 있게 만지고
화장도 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그런데, 연락이 오셨다
“죄송합니다. 12분 정도 늦을 듯합니다”
서울 장안동 쪽에서 화성으로 오는 길이 막히나 보다.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시간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자를 받았을 때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고
커피를 먹으며 오늘 어떤 순서로 어떻게 진행할지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에게 커피타임이 주어졌고 옷을 다시 찬찬히 살폈다.
소심하게 (도매로 많은 양 혹은 많은 종류가 아닌) 옷을 가지고 왔기에 코디할 옷이 없다.
그래도 어떻게 입을지 며칠 전부터 생각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았다.
종류가 많았으면 더 이쁘게 나올 텐데
아쉽다. 그렇다고 여기서 양을 늘릴 수는 없다.
작가님이 오셨다.
조용하셨다.
분위기는 차분하게 진행된다.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였다.
모델이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냥 이쁘고 몸매 좋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몇 벌만 갈아입어도 진이 빠진다.(힘듦보다 코디가 아쉬워서)
나는 몸매가 좋지도 키가 크지도 않다.
그런 거야 진작에 괜찮은데
내 사진이 제품 사진이 된다고 생각하며 막상 찍으려고 하니
괜한 걸 하고 있나부터 해서 이번만 찍고 그만할까?
( 정말 시작한 지 두어 달인데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나는 왜?
바로바로 성과가 나오는 일이 어디 있냐고..
이건 그런데 조금 복잡한 문제다.
평소에는 거의 운동복 차림에 화장도 안 하고 다닌다.
다시 생각해본다.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정말 편하게 입을 옷 위주로 하면
내가 조금 덜 부담될까?
일주일에 한벌 정도의 목표로 집중해볼까?
아예 하지 말까?
나를 믿고 구매해주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
그리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후에 이런 고뇌에 빠지는 걸 매일 경험했다. 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면서 약간 여유로운 느낌으로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도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아니다. 이건 좀 별로인 태도다. 하하하
하루하루 자발적인 것이 아닌
내 영혼의 목덜미를 내가 스스로 잡아당기며
스토어 업로드까지 진행했다.
스토어 업로드시키는 일은 또 재밌네.
키보드의 경쾌한 음과
이미 만들어 논 글 패턴 속에서
사진을 편집하고 올리고 하는 일이 집중도 잘되고
스토어에 업로드가 되어 결과물이 바로 나오다 보니
뇌에서 도파민도 함께 나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오늘을 정리해보니
-계절이 지나버린 옷을 처리하는 문제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주저 포인트. 샘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안해야겠다)
-촬영 자체는 어려움이 없으나
-내가 계속 모델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옷의 종류를 광범위하게 갈 것인지 종류와 이미지를 조금 더 줄여볼 것인지
-내가 지속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인지
-사이트 업로드는 재밌다는 것(이건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부담이 덜 해졌다. 이걸 보면
일이라는 것은 쌓이면 재미없던 것도 재미있게 생각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