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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Nov 21. 2021

여행, 사랑이었다.

'welcome, busan'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각자의 시선에서 그것을 나눈다.

금요일 밤만큼은 내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녀들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여행이 하나의 선에서 감히 완벽하다고 느끼는 동그라미로 끝맺을 수 있었던 것은


배려.


모든 순간순간이 배려이다.



SY

400km 이상 멀리 사는 지역에서 나를 만나러 온다.

설렘과 감사함으로 마지막까지도 머릿속 최선의 경로를 짜 본다.

많은 인원이 오기에,

숙소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내가 짠 경로가 힘들지는 않을지.

지도 검색도 해보고,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한다.

차는 빌리기로 했다. 다행이다. 가족 중에 대형 SUV가 있어서.

역으로 가는 길이 어느 때 보다도 설렌다.

기차를 타고 오며, 아무것도 못 먹고 목이 말랐을 그녀들을 위해 커피도 준비해 본다.

오늘은 아끼고 아끼던 그 향수도 뿌려본다.

여행 내내 그녀들을 살펴보게 된다.

이상하리만큼 이 사람들이 소중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그녀들이 그냥 행복했으면 한다.

이 이상(?)하면서 기분 좋은 감정이 계속될 것만 같다.



MS

벌써 1년 가까이 인사이트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내가 이 모임의 주체자이긴 하지만, 내가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이상한 모임이기도 하다.

부산에 있는 SH께서 놀러 오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한다.

보고 싶다. 그래서 함께 그녀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대부분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리고 여러 가지 하고 있는 일들이 있어서

3-4명 정도 갈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함께 하자고 한다.

누군가는 아이를 데리고서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스케줄을 모두 바꿔서라도.

누군가는 버스만 꼬박 3-4시간을 타서라도, 누군가는 홀몸이 아니라도.

그렇게 우리는 우리들에게 집착하며 모이려고 애쓴다.

사람이 사랑이다.

여행을 하고 난 후 나는 이 말을 가슴속으로 새긴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HJ

나누고 싶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행을 하고 싶다.

내 안의 고민들과 생각들은 이 사람들과 함께일 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계약한 내 공간을 마련한 일들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살,4살 어린 두 아이를 모두 남편에게 맡기기에는 미안하다.

아니 내 마음이 조금 불안해서가 더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첫째는 나와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엄마의 스케줄에 아이는 잘 따라와 준다.

이제 많이 컸구나. 생각도 들게 한다. 고마워 주아야.

그리고. 완전 가고 싶었던 이 여행은

하고 있는 순간순간, 감동의 연속이며

갔다와서의 지금도

마음이 꽈악 채워졌다고 표현해야 할까?

너무 좋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 이야기도 서스름없이, 그들 또한 꾸밈이 없다는 게

좋다 참.모든것이.


SJ

한 달이 되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MS씨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에 들어왔다.

독서모임이란 책에 대한 내용을 함께 나누는 정도로 생각하였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잘한다고 응원해준다.

그렇게 나도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금요일 그리고 밤, 편한 옷과 간단한 요깃거리도 허용되는 이곳에서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임신소식을 알렸다. 모두가 하나같이 축하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을 간단다.

셋째 아이를 품고, 나는 별 다른 고민 없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녀들이 궁금했다.

왜 어떨 때는 울기도 하고 어떨 때는 웃기도 하고.

실제로는 어떤 사람들 일까? 알고 싶다.

혼자 가는 기차여행도 왠지 설렌다.

여행 내내 계속해서 귀를 쫑긋 세워본다.

듣고 싶고 공감하고 싶어서 자기가 싫었던 하루이다.

그렇게 나는 그녀들이 좋아짐을 확신한다.






HH

부산여행.

아이와 함께가 아닌 나의 여행.

나는 무조건 간다.

그렇게 마음먹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짰다.가서 커피도 편하게 마셔보고,

맛있는 것도 정말 맛있게 먹고,밤새도록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HH로 하루를 살고 싶다.

나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자유이다.

그런데,,, 막상 이번 여행은 자유를 넘은 사랑이었다.

눈물은 왜 이렇게 나는지..마음껏 울어서 개운하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항상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그녀들의

응원이 아직도 어색한 나이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아주 조금 자신감을 가져보려한다. 나를 사랑해보려 한다.



BY

몇 달간 금요일 밤을 함께했던 그녀들과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녀들을 만나러 간다. 부산으로.

이제 4학년이 되는 유준이와 그야말로 지지고 볶고.

거의 한 몸처럼 지내고 있는 시간들.

버텨내고 있었다.

언제까지 , 어디까지 내가 개입되어야 할까?

엄마라는 역할을 누가 딱 단정 지어 이렇게 해!

라고 되어있는 바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지쳐있는 나에게 여행?!?!?!

그래! 갈게.라고 말해버렸다.

거의 10년 만에 혼자 어딘가를 가 본다.

밤 12시에 도착해도 당연히 괜찮다는 그녀들이 참 고맙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이지만 마치 아는 사이처럼 편한 것은 왜일까?

부산은 참 좋은 곳이네.

햇살은 따뜻하고 음식들은 맛있고

대화 속에 나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벼운 이야기 속에 가볍지 않은 이 사람들.

연말 모임을 약속해 본다.

언니 온다니까 너무 좋았어요.

라고 수줍게 말해주는 이 말에

내 마음도 몽글해진다.





KH

나는 정말로 진심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모임이 나에게 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꽃시장에 갈 때.

너무나 바빠서 점심 먹을 시간이 없는 게 당연하게 느끼는 일상.

매일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하는 쉼 없는 뇌.

금요일 밤은 나의 쉼이고, 꾸밈없는 KH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 덕분.

먼저 MS에게 고맙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줌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준..

내 마음속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바꿔주는 든든한 사람들을 이어주었다.

고마워 정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부산.

나는 부산이 참 좋다. 가는 곳마다 안 좋은 기억이 없는 이 곳.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

정말 완벽하다. 오기 전도 그럴 거라 생각했고,

다녀온 오늘, 생각하고 있다.

좋았다. 그리고 참 좋았다.

감정이 조금만 더 늦게 사그라들기를 바라기에

차근차근 돌려본다. 기차를 타러 가는 그 설레었던 그 순간으로 다시.



HS

치열하다면 치열하게 살았다.

방송은 참 매력적이지만 다년간 완벽을 추구하는 방송일을 하며

치열함이란 항상 따라다니는 존재이다.

이런 감정은 이미 익숙해질 만큼 오랫동안 그렇게 생활했다.

연년생 아이를 낳고 방송국 정규직에서 나왔다. 이 말은

이 치열함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된다는 이야기이고

그걸 빼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시작한 독서모임.

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그녀들을 정말로 만나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아이들과 이번 참에 한번 떨어져 볼까? 하는 용기가 난다.

나는 그렇게 그녀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다.

아.. 너무 따뜻하고 너무 감동적이다.

아.. 가는 내내 감탄과 내 마음의 치유를 반복하고 있다.



EM

남편과 대부분 어딘가를 함께 가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결정하는 편이다.

남편은 어디 갈 때, 항상

EM! 같이 갈래?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모임의 성격을 파악하거나

가는 이유를 보고는

그래!라고 할 때도 있고, 괜찮아. 갔다 와~라고 이야기할 때도 있다.

이처럼 남편은 거의 모든 일을 함께 하고 싶어 하고 나에게 결정권을 준다.

그런 남편이 참 고맙다.

그래서 부산여행을 계획하는 그녀들에게 빨리 답변을 주지는 못했다.

이건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없고, 그냥 왠지 나 혼자 좋은 곳에 가는 거 같아

약간의 미안함이 든다. 미안함까지 들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시간을 끌다가 남편에게 말을 했다.

남편은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녀오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부산여행.

내가 상상한 여행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

적당히 맛있는 곳에서 적당히 이야기를 하며 적당히 좋았다고 생각하는 여행.

그 적당히라는 선이 어디까진 지 모르겠으나

적당할 거라 생각했다.

내 생각과 감정의 폭이 선을 넘어 넘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음..

완전 넘쳐 흐른다.


우선,각자 그녀들이 여행을 오기위해 애쓰고 애쓴 사연을 안다.

센스를 발휘하여 불편함이 없게 하려는 서로의 배려가 보인다.

누구 하나 자신의 이야기로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는 감정의 온도가 닮아 있음에 감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했다.

사랑에 빠지는 여행.

2021.11.19~11.20.


이 날의 기억을 매일 문득 꺼내보려 해요^^

현실을 살아갈 힘.

이번 여행의 여운은

한동안 계속 끝나지 않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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