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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Jun 22. 2021

84년생 정은미

23살이 젊음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했었는데..



"늙으면 죽어야지. 너네 고생만 시키고..." 우리 할머니가 잘하셨던 말씀이다.

할머니는 고생을 시킨 적이 없다.

오히려 나와 내 동생을 20년 가까이 키워주시고, 삶을 마감하셨다.


1984년에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 38살.

마흔이라는 나이가 나에게도 훌쩍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왠지, 80세가 삶과 죽음의 기준점 같다는 생각이 있다.(100세 시대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는 것.

마흔 이후로는 어떤 하반기의 의미로 인생의 곡선이 내려가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이 듦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먼가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과, 생산하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듯하다.


신체의 변화는 바로 퇴화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비타민을 먹는 것과 안 먹은 것이 눈의 피로와 몸이 가볍다 라고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치아 사이가 예전보다 벌어져, 잇몸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20대 때, 라식수술을 했지만 최근 나는 다시 안경을 맞추었다.

-발그래한 볼터치가 어느 순간 어울리지 않는다.


생산하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31개월 된 아들을 보는 것이 지금 나의 가장 큰 역할이지만

아이가 크고 있으니, 나는 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것은 생산함으로써 내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나이가 들수록 그걸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고,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젊어서, 혹은 몰라서 가능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내 안에 요동치는 삶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살았던 지난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여러가지 면에서 안정적이다.




아이를 키우며 내 존재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나는 주저 없이


"아이 키우는 게 제일 어렵고도 힘든 일이야.

이 세상에 요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먹는 사람도 있어야 되는 것처럼

충분히 너의 역할을 잘하고 있어."


이제 나에게도 같은 대답을 해줘 봐야겠다.


비타민을 먹어 생기가 돈다면 좋은 일이지! 빨리 먹어~~!

치아를 지금부터 관리를 잘할 수 있겠네!

안경을 쓰면 좀 지적여 보이지 않을까?

이제는 분위기 있는 화장법을 해보자!


마흔이 된다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이렇게 의식적 생각을 바꿔보겠다.

이제 시작이다! 후반기를 즐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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