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눈이 와 있다.
아직 세상은 어둡고, 바닥이 하얗게 덮여있다.
누가 밤새, 다녀갔는지 발자국은 선명하다.
새벽에 일어나는 걸로,
세상에 나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4시부터 눈이 떠졌다.
작년 언제까지만 해도 제품 오픈을 하는 날이면 잠을 설쳤는데,
요즘에는 그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제품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홈페이지를 변경해서 불안한 마음에 상품 결재까지 진행해본다.
잘 된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도 해본다.
다음 상품 메인사진도 올려본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새벽 5시. 마지막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 하는 북클럽의 마지막 모임의 책이기에
꼼꼼히 읽고 싶었다.
내용은 흥미로웠다.
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휴식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지루할 틈을 잠시도 주지 않으면 기억력 저하, 의식 포화, 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증거 -마지막 몰입-] 이 부분이 너무 공감되는 건 왜일까?
기억력 저하는 확실하다. 방금 한 일이, 어디에 무엇을 두었는지, 정말 전혀 기억이 안 날 때가 가끔 있다.
무섭다. 치매.. 가 떠오른다.
디지털 치매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멀티태스킹이 사실은 되지 않는다는 걸 또 다른 책에서 보았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한 번에 두 가지 일에 모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는 없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두뇌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두뇌 용량을 원하는 만큼 쪼갤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시간과 효율성 면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원씽-]
어젯밤 일이 떠오른다.
남편이 늦는다고 해서 로이 줄 뭇국과 오리를 구워서 먹이고, 나도 먹었다. 설거지를 했다.
남편이 와서 다시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했다.
바닥에 흘린 것이 많아서 청소기를 돌렸다.
오전에 빨래 걸어놓은 걸 개기 시작했다.
로이와 스티커 붙이기 놀이, 책 읽어주기 등을 했다.
로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샤워 대신 세수와 양치를 부탁했다. 남편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잠이 들기도 하는 버릇이 상상되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주문건에 대한 운송장 번호를 써야 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테리어가 있어서
제품 선택을 해야 하고, 내일 오픈을 위한 피드를 올려야 하고,
모든 일이 연결 없이 뚝뚝 끊기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조용히 컴퓨터를 하러 들어갔다. 나오니 아이는 영상을 보고 있고 본인은 덩달아 좋지 않은 기색을 보인다.
로이랑 잠을 자러 들어가는 것으로 종결.
오늘은 달리면서, 계속 어제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