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걸렸다.
20대 중후반(?) 때, 6살 터울 난 동생이랑 같이 먹을 라면을 끓여왔을 때
들었던 말이다.
라면 물을 못 맞추거나, 라면이 너무 불거나..
균형 잡힌 라면을 끓일 줄 몰랐다.
2014년에 결혼을 하였다.
요리를 할 줄 몰랐고, 그리 흥미 있는 분야도 아니었다.
배고픈 걸 참지 못하면서도 맛있는 걸 찾아다니는 미식가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매번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기본적인 반찬은 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세월을 함께 한 진짜 기본 요리책
요리를 할 때는 그 양념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이 작업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도가 필요하다.
설탕은 달고, 소금은 짜다 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누구나 있지만
요리라는 건 그게 다가 아니지 않나?
김치찌개를 할 때 식초를 살짝 넣으면 좀 더 새콤하니 묵은지로 한 느낌이 난다거나
된장찌개를 할 때 설탕을 한 숟갈 넣으면 된장의 텁텁한 맛이 없어진다는 건
요리를 하다 보면 터득하게 되는 일종의 기술 같은 것이다.
요리를 할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들고 큰 한숟갈, 작은 한숟갈 등 나와있는 계량을 민감하게 지키려 노력하며
먼가 하나씩을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나는 책을 정말 보면서 한 것이지,
기본적으로 양념이 어떤 것이 들어가는지 도통 외워지지가 않았다.
양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한 가지 핑계를 대자면,
매일 반찬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반찬을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의 요리실력의 속도는 정말 느릿느릿 가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5년 후, 아기를 낳았다.
요리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집에서만 거의 생활했고 아이 이유식, 아이반찬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매일 뭔가를 썰고, 끓이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책을 펼치지 않았다.
마늘은 볶음요리를 할 때 거의 대부분 들어가고,
양파와 파는 항상 있어야 한다.
참기름과 깨는 친구처럼 붙어 다녀야 하며 요리의 끝을 장식한다.
요 정도를 깨달은 지가 불가 얼마 되지 않았다.
콩나물 무침을 할 때 손이 알아서 양념을 무치게 된 기간이 5년이 걸린 것이다.
어제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동생과 통화를 하였다.
요즘 나는 곧 오픈을 앞두고 있는 사업에 대한 고민들로
먼가 막막한 기분이 들곤 했다.
머부터 해야 하나?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나?
통화 도중,
"언니 저! 5년 됐어요!"이 말이 뇌를 탁! 치는 순간이었다.
나의 머릿속 그녀의 이미지는 똑순이.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는 것에 능했고, 자기만의 사업을 참 잘 운영했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걸 노력해야 하는지 답을 아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내가 통화를 요청한 것이다.
"나 뭐부터 해야 하니?" 요런 심정으로...
그런데 그 사업을 한지가 5년이나 되었다는 걸 몰랐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빨리 기준 매출이 나왔다는 말이 운영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로
프레임이 씌어졌나 보다.
5년이나 되었다는 말이 왜 이렇게 위안을 주는지.
그래 5년이면 나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래! 지금은 배울 때지. 하나하나씩 해보자!
라고 통화를 하면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주부에서 사업가로 가기 위한 여정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고민과 시간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물살을 타고 가봐야지.
콩나물무침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