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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Sep 06. 2021

경력단절의 시작

경력단절 동안 생긴 일들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도착할 때쯤 전화 한 통이 왔다.


저기.. 어떤 거 드실래요? 미리 시켜 놓으려고요.


아 네.. 그럼 라테요^^


 창밖에 보이는 그는, 어떤 책을 보며  처음 입어 전혀 구김이 없는 겨울 니트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세상 좋은 웃음을 취하고 눈은 반짝거린다는 느낌이 났다.

책은 재테크 책이었고, 미리 시킨 커피와 더불어 허니브레드가 놓여 있었다.


빵을 본 순간, 일단 기분이 좋아졌다.

연출이든 아니든, 책과 카디건, 그리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이 소개팅에 대한 성실함이 보였다.

사실 어제도, 소개팅을 하고 온 나였다.


31살의 나는 거의 매주 소개팅을 하고 지겹도록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별 감흥 없이 나간 그 자리에서, 나는 

아.. 이 남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직감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 남편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며 서울에서 천안으로 왔다.

남편 직장이 있는 곳으로 오며, 나의 직장은 그만두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아이를 가졌기에 서울과 천안 사이의 중간쯤으로 알아보던 집은 

남편직장이 있는 천안에서 자리잡기로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새로 들어간지 1년 6개월정도 되는 새로운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적응은 끝났지만 일은 계속된 적응 중이었다. 


대리라는 타이틀에 계열 경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나름의 부담감을 안고

지내고 있던 터라, 직장인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한쪽에 있었는데

아주 알맞은 핑계거리였다.


한시간 이상씩 출퇴근을 하며 임신한 몸으로 다닐 수 없다고 

남편과의 합의된 것 같이 말하고 다녔지만, 이건 100% 내가 결정한 상황이고, 

남편은 그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남편은 전주, 나는 부산 사람으로 천안이라는 도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나름 소개받은 공인중개사분께 

모든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으며, 젊은 30대 분들도 많이 사시고,

초,중,고를 다 끼고 있는 곳의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


21평 복도식 20년 연식이 되는 아파트였다.

31살 우리는 참으로 어렸다.

비록, 80%이상 대출을 받았어도, 주택에서만 살아보다 아파트라는 곳에 대한 로망과 내 집이라는 기쁨

만난 지 1년도 안되어 결혼하여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에 젖어

바퀴벌레가 가득한 식탁없는 집에서 참으로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다. 




다시 결혼당시로 돌아가 보자. 

결혼식을 앞두기 한달 전 쯤, 첫 유산을 했다.

배가 너무 아프고, 하혈을 하여 가본 산부인과에서는 수술을 권유했다.

수술을 하고, 결혼준비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였다.



첫 유산이라고 말하는 것은, 또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

결혼 1년 후 또 다시 유산을 하게 되었다.

임신을 핑계로 그만 둔 회사,

다시 몸을 만들어 다시 임신을 하고 다시 또 유산을 하고를 반복하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인가? 

낳지않으면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아이라는 존재의 부재에 대해 내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그 당시의 나는 

내 아이가 생기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 지는 몰랐으나, 없으면 안될 거 같은 생각.

인생의 숙제를 다 못한 느낌으로 잠깐의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고 있었다.



 숨가쁘게 바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좋다..라고 생각한 것은 딱 일주일이었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주는 카드는 왠지 같이 쓰는 생활비라는 인식이 정립되지 않았다.

남의 돈을 쓰는 기분이랄까. 참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실업급여가 6개월이나 나오기에, 나는 내가 필요한 것들은 실업급여에서 조금씩 쓰고 

6개월안에 새로운 직장을 다시 찾겠다는 생각에서 실업자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 

출석률이 좋으면, 일정금액 받으면서 수업도 들을 수 있다니 좋았다.

그걸로 들을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다가 

직업상담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직업을 찾아주는 직업?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사회복지사 2급도 함께 준비하였다. 

큰 맥락에서 보면 사회복지에 들어가는 일이기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경력단절 2년차를 매꿔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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