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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Sep 03. 2021

10년 전 그 때의 밤하늘

경력단절 여성의 일 이야기

 가방을 내리면서, 컴퓨터 전원 버튼을 켠다.

로딩이 되는 동안, 재빨리 커피 한잔을 타 온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메일과 회사 메시지 창을 켠다.

주르르르르르르 들어오는 읽지 않은 메일들.


최소 50개~100개 이상의 메일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왼쪽 style별, 업체별, 부서별 정리를 해서 짚어 넣고 싶은 마음이다.

읽지 않은 메일은 해야 하는 일이고, 읽어서 왼쪽 정리함에 들어간 메일은 일을 처리한 것이다.


순서대로 읽어나가지만, 바로 처리해야 하는 급한 건이 있고, 며칠을 주고받으며 처리해야 하는 메일들이 있다. 오늘 샘플이 나오거나, 발송이 되거나, 선적이 되거나는 바로 처리하는 일들이고,

오늘 po장이 오거나, 새로운 style이 추가되거나, 부자재 퀄리티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공장 스케줄과 바이어 스케줄이 안 맞다거나 등의 issue 들은 계속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일 것이다.


영업팀에서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급한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온다.

"대리님! 어젯밤에 바이어 회신이 왔는데, style no. 5099 있죠?? 그.. 앞판에 핫픽스에 전체 들어가는 거 있잖아요.. 그거 지퍼 길이 수정 건이 왔어요.. 제가 바이어 회신 메일 그대로 전달드렸어요!

발주 들어갔나요??? 안되는데... 확인 좀 부탁드려요. 지금요!"


전화를 끊자마자 필리핀 공장의 rofel 전화가 온다.

"Hi, Angelina.

Today, I got sample button for style no.3299 but.. this size is not avaliable.....

I have to send to buyer today.

Pls check again now..


전화를 받으며, 메일을 확인하며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뭔지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아침에 타 온 커피는 식어가고 있다.





 오후에는 발송전쟁이다.

boat, air, handcarry 등으로 공장 혹은 buyer에게 발송된다.

당장 다음 주 부터, 베트남 공장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건인데, 

새로 개발한 label 컨펌이 늦어져서 이제서야 나왔다. 

다행히? 무게는 가벼워 공장에는 air로 발송한다고 inform을 하였다.

어쩔 땐, 아니 거의 매일같이 기사님이 잠깐 기다리고 계실때도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 물건을 취합하다 보니, 

잠깐만요! 하며 기사님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기사님 또한 그 정해진 시간에 공항에 가지 않으면 안되기에, 촉박하실 텐데

물건은 가지고 가야 하고, 200명의 직원들은 혼신을 다해 발송준비를 하고있다.

누군가가 잠깐만요! 라고 하고 붙잡아주면 참 고마울 수 없었다.

초인의 힘을 발휘하여 서류를 재빠르게 작성한다.




 내가 했던 일들은 이런 일들이다.

대부분 미국 바이어와 sample test부터 bulk order가 되어 그걸 생산하고 판매될 수 있을 때까지의 업무 중 옷에 들어가는 부자재를 맡아서 일을 했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 전에 무슨 일을 했어요?"라고 묻는다면

의류회사? 무역회사?? 봉제회사? 패션회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많은 설명을 해야 해서 그때그때 말이 바꾸며 대답을 하게 된다.


26살 때부터, 약 5년간을 이 일을 하며 살았다.


일이 찰떡 같이 맞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일이 너무 안 맞아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거 보면

잘 적응했던 편인 듯하다.


일을 끝내고 밤하늘의 바라보며 그 공기의 냄새를 사랑했었다.

매일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작업이 계속 들어가는 일이기에, 

더러워진 어딘가를 반짝이게 청소를 한 다음,  소파에 타악~ 마음내려놓고 누운 느낌이랑 비슷한 마음으로 그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숨막히는 하루의 시작일 지 모르나, 퇴근 후 긴장감이 풀어지고,정신적 해방이 되는 그 상태의 기분을 7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난다.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은 

내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집 월세를 내고, 운동을 가고, 

주말이면 누군가를 만나 한 끼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이다.

내가 꽤 주최적인 사람이다 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것

그건 바로 일을 하는 나를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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