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 때의 밤하늘

by 다글쌤

가방을 내리면서, 컴퓨터 전원 버튼을 켠다.

로딩이 되는 동안, 재빨리 커피 한 잔을 타 온다.

의자에 앉아,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메일과 회사 메시지 창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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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르르르르르 들어오는 읽지 않은 메일들.

최소 50개~100개 이상의 메일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style별, 업체별, 부서별 폴더로 집어넣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읽지 않은 메일은 해야 하는 일이고, 읽어서 정리함에 들어간 메일은 일을 처리한 것이다.

순서대로 읽어 나가지만, 바로 처리해야 하는 급한 건이 있고, 며칠을 주고받으며 처리해야 하는 메일들이 있다. 오늘 샘플이 나오거나, 발송이 되거나, 선적이 되거나 등의 일은 바로 처리하는 일들이고, 오늘 po장이 오거나, 새로운 style이 추가되거나, 부자재 퀄리티에 문제가 생겼다. 거나, 공장 스케줄과 바이어 스케줄이 안 맞거나 등의 issue 들은 계속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일 것이다.


영업팀에서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급한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온다.

“대리님! 어젯밤에 바이어 회신이 왔는데, style no. 5099 있죠?? 그… front에 hotfix 전체 들어가는 거 있잖아요…어젯밤에 갑자기 지퍼 길이 수정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바이어 회신 메일 그대로 전달드렸어요! 발주 들어갔나요??? 안되는데... 확인 좀 부탁드려요. 지금요!”


전화를 끊자마자 필리핀 공장의 매니저 rofel 전화가 온다.

“Hi, Angelina.

Today, I got sample button for style no.3299.

but.. this size is not available.

I have to send to buyer today.

Pls check it again now.”

전화를 받으며, 메일을 확인하며 숨가쁘게 흘러가는 아침시간.

이렇게 아침에 타 온 커피는 식어가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 전에 무슨 일을 했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의류회사? 무역회사? 봉제회사? 패션회사?


26살 때부터, 약 5년간을 이 일을 하며 살았다.


일이 찰떡같이 맞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너무 안 맞아서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거 보면 잘 적응했던 편인 듯하다.

일을 끝내고 밤하늘의 바라보며 그 공기의 냄새를 사랑했었다.

항상 뭔가를 덜 끝내고 온 느낌이 마음 한 켠에 있지만, 내일 일은 내일 하는 거라 생각하며 눈의 뻐근함과 약간의 근육통마저 좋다 느끼며 그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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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은

내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집 월세를 내고, 운동을 가고,

주말이면 누군가를 만나 한 끼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이다.

내가 꽤 주최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것.

그건 바로 일을 하는 나를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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