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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그리기와 사색
오래전 친구였던 이에게.
어린 날의 나는 너와 영원히 친한 친구로 지낼 줄 알았다.
by
전유니
May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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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3일의 하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야, 넌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도
사람은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지.
나는 너와 노래 구절을 따라 부르며 슬픔을 잊었다.
무엇이 날 괴롭게 했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예 잊었다.
그러나 너와 함께 따라 부르던 노래는 잊히지 않는다.
또 너는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슬픔을 잊었다.
나는 네 옆자리에 앉아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시답잖은 것들을 함께 그렸다.
너는 그 시간들을 꽤 좋아했고 나도 그 시간을 즐거워했다.
너는 내게 취향 있는 이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었다.
주말 점심이면 커다란 소파에 앉아서
내게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너는 빛이 났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도 지금도 그 빛나던 시간들은 좋아한다.
친구야, 그리고 너는
세상에 영원한 것이 절대로 없다는 것 또한 알려 주었지!
어린 날의 나는 너와 영원히 영원히 친한 친구로 지낼 줄 알았다.
정말로 땅콩 집을 짓고, 이웃으로 사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알게 되었다.
사람은 너무나도 가변적이고 연약해서,
세상의 그 누구와도 영원이란 없다는 것을.
누군가와 마음이 통해 함께하는 순간은 찬란하고 유한하니,
그 시절을 마음껏 즐기며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는 나를 그렇게 살아가게 한다.
오래 전의 내 친구야.
너와 내가
멀어진 것과는 별개로
이것들은 내게 정말 소중한 기억이란다.
그래서 여기, 짧은 글을 남긴다.
네게 부칠 생각은 없지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다.
너의 남은 삶에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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