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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유니 May 30. 2020

포르투갈 포르투를 여행했다.

동행했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썼던, 포르투갈 포르투 마제스틱 카페에서.





친구야, 기억나지. 그 꿈만 같았던 날들이.

우린 해산물 스튜 안에 국자를 담갔고

함께 문어 다리를 썰었어.

또 함께 프란세지냐를 자르고 새우 껍질을 벗겼어.


해물밥과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던

골목길 가게의 의자는 얼마나 좁았니.

또 집에 가는 오르막 계단은 얼마나 많았니!

저만치 앞서가 조용히 뒤를 돌아보던

너의 동생이 생각난다.

그 애는 말수가 적었지만 재미있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착실히 웃었지.


날이 흐려 노을이 지지 않을 걸 알면서,

이미 땅거미 내린 하늘을 보면서도

노을을 기다린단 핑계로 우리는 모루 공원에 앉아 있었어.

날이 추웠던 게 기억나.

차 범퍼 위에 앉은 나이 든 검은 고양이에게

시선을 빼앗겼던 기억도 나.


강변의 식당에서 주문했던

삶은 가재 요리, 프란세지냐 , 샹그리아는

굶주린 셋의 배를 채워 주기에 턱없이 적었지.

우리는 해물밥을 더 시켜야 했어.


그리고 꿈만 같았던 4일의 시간은

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그곳에서의 1분도 잊고 싶지 않아

새벽같이 일어나 에그타르트 가게에서 일기를 썼다.


시간은 왜 그리도 빠르게 가던지.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널 때면 나는 티 안 나게 아쉬워했다.

매일 헤어지던 숙소 앞 도로에서 나는

아쉬움을 외면하려 앞만 보고 걸었지만

사실은 매일 뒤돌고 싶었다.


행복한 날의 시간은 원래 그렇게 빠르게 가는가!


또 떠나자 친구야.

다음번엔 북유럽의 들판을 보고 싶어.

산의 아침 물안개도 보고 싶어.

다투지 않고 평일의 마레 지구를 여행하고 싶어.


우리의 고향에서 해가 지면 마침내 이곳의 해가 떠오르겠지.

그 해가 강물에 비추는 윤슬을 보자.

바람에 흐르는 나무들을 보자.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우리의 의지로 우리의 시간을 채우기로 했잖아!


다른 길을 걷지만 우린 함께 꿈을 꿀 수 있어.

네 삶은 네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지만

그 안에 간간이 공통분모가 있을 것을 꿈꿀 수 있어.

따로 또 같이, 그래서 더 소중한 내 친구야.

또 떠나자.

그리고 지금껏 그래 왔듯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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