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던 여름밤

하루 걸러 태풍이 지나던 2020년 늦여름에

by 전유니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어디로 흐르는 거니

너는 네 방향 모르지

나도 내 방향 모른다.

가고 싶은 곳은 있는데

잘 가고 있는지 모른다.


방에 걸린 옷들이

네 몸짓에 나부낄 때

떨어진 옷들을 주워 걸며

살아 있음을 실감해.


쉬이 멎지는 않겠구나.

창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창을 넘어오는 네 울음소리에

묵혀둔 고독을 꺼내어 조용히 씹었다.


방 안은 안전하지만

스스로 가둔 느낌이 들어.

그냥 밖으로 나가고 싶다.

나도 너처럼 하늘을 날면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다.


참 이상하지.

아무것도 잃어버린 게 없는데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어.

어쩌면 잃어버려 놓고서

잃었다는 사실을 잊었는지도 모르지.



2020년 9월 3일에 썼던 글.

하루 걸러 태풍이 지나가던 2020년 늦여름,

내 안에도 태풍이 불어

토하듯이 글을 썼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