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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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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유니 Nov 27. 2022

‘밧줄 사람들’은 서로를 아꼈다.

2022.11.26일 밤의 꿈 일기

2022.11.26 꿈 일기


나는 1층 방을 꽤 저렴하게 임대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5층 정도 되는 조그만 건물의 창 너머로는 바다가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밀물이 시작되었다.

파도가 넘실넘실, 내 책상을 넘보기 시작했다.

‘이래서 그렇게 방값이 쌌구나! 싸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는데!’


방은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나는 로비로 대피했다.

(건물의 구조는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것이 아니었다.

말이 로비지, 사실상 작은 광장 같은 것이 건물 안에 있었다)


로비에는 이미 차오르는 물을 피해 온 입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큰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꿈에서 깬 뒤 생각해 보니 그 파도는 딱 워터파크 파도 풀장의 스케일이었다.

그게 살면서 몸으로 맞아 본 가장 강력한 파도였기 때문일까?

현실의 경험을 충실히 반영한 꿈이었구나 싶어서 웃겼다)


파도가 칠 때마다 로비에 있던 주민들이 휩쓸려 사라졌고

건물에 있는 유리창들은 모조리 깨져 버렸다.

몇몇 주민들은 물미역처럼 쉽게 절벽 너머로 떨어져 버렸는데,

건물의 로비에 왜 절벽이 있었는지는 꿈에서 깨고 난 지금도 모를 일이다.


살아남은 주민들과 나는 깨진 창문의 틀과 그 옆 창틀 새로 굵은 밧줄과 철사를 꿰어 단단히 동여맸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그 밧줄에 들러붙었다.

‘밧줄 사람들’은 서로를 아꼈다.

우리는 큰 파도가 올 때마다 서로를 감싸 안으며 충격을 견뎠다.


우리는 모두 살아남았다.

그리고 요령이 생겨서, 나중에는 파도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적당히 뛰어오르며 물살을 즐기게 되었다.

건물이 폐허가 되었지만 너울거리는 파도와 태양 빛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그 바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간밤에 아주 편안한 꿈을 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던 꿈을 모으고 있다. 언젠가 아이디어가 되어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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