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제 관심 없다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가 선생님이 됐다고 하니, 지도교수님이 그런 말씀하셨어. 학생들에게 절대 성(性)적인 이야기, 종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고"
그러나 그분은 그 세 가지를 다 하셨다.
그래서 재밌었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 많았고,
앞서 다른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한때는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는
진지한 꿈을 꿨었기 때문에 난 정치이야기 하는 게 좋았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싫지 않았다.
20대가 되어서도 난 당당하게 내 꿈을 이야기했었고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진정으로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를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30대 중반인 지금, 그때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되었다.
일단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다.
'아 정치인,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스펙을 갖춰야 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턴
'내 주제에 무슨' 하며 포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때려치웠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왜냐고?
내가 생각하는 '정치하기 좋은 스펙'을
갖추는 날이 오더라도 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정당에서, 본인들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에 공천을 준다고 해도 난 안 할 것이다.
정치 혐오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진절머리 날 정도다. 특히 올해는 유독 심했다.
한동안은 뉴스도 보기 싫어서 보지 않았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니까 사설정도만 읽을 뿐이다.
정치인들은 배지를 달기 위한 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는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자기네 불의엔 눈감고 상대의 잘못은 기를 쓰고 만들어낸다.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한 목소리로 떠들다가도
의원들 세비 올리는 건 그렇게나 합심이 잘된다.
자기네 지역구 예산 올리려고 방금 전까지 욕하던
상대 의원 지역구 예산도 올려준다.
후안무치에 끝이 있다면 저들일 것이다.
정치에 피 끓던 시절,
어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런 분들이 계셨다.
"난 정치에 관심 없어", "그놈이 그놈이고 다 똑같아"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다면 본인들이 직접 투표를 해서 심판을 하고,
제대로 된 투표를 하려면 오히려 더
정치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선거조차
안 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그런데, 정말 잘 생각해 보면 정치인들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나 많은 권한을 누린다.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건 과학, 의료 기술이라고 믿는다.
고로 과학자, 기술자, 의사들의 노력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사람들의 양식을 고양시키는 일은
작가, 화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의 몫이다.
정치인들은 과학, 의료, 예술분야의
발전을 촉진하는 법안을 만들고
저해하는 법안은 없애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법을 만드는 일만 하면 된다.
즉 정치인들은 뒤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없으면 이 나라 망한다는 식이다.
그런 마인드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인드로 대접을 받으려 하니까 더 문제다.
현장에서 일하는 국민들은 따로 있는데
그들은 훨씬 많은 돈과 권세를 누린다.
어느 정당 할 거 없이 똑같다.
옛말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하는데
정치판에서 만큼은 그 말이 정말 맞다.
특히 온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정감사나
청문회장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 동물농장 속 돼지들이 실사화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주목받고 싶어서 연예인을 소환하질 않나,
바쁜 기업인들에게 삿대질하면서
어떻게든 죄송하다는 말 들으려고 소리 지른다.
악성 유튜버들이 하는 짓과 하나 다를 바 없다.
저들에게 고상한 품격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인간의 기본 도리만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정치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아마 꽤 오래갈 것 같다.
그리고 굉장히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