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경험이 쌓여 완성되는 법
올해 내가 한 행동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은 단연코 글쓰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도 서투른 글쓰기이지만
그래도 쓰기 시작했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둔다.
엄밀히 말하면 작년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긴 했으나
한 달에 두세 번 올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글을 썼다.
영화, 음악, 책 리뷰 등등 닥치는 대로 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지인에게 들었다며
한 사이트를 소개해줬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곳의
정식 명칭은 '브런치 스토리'였다.
글을 올리기 위해선
작가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해서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1차는 탈락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블로그에 몇 편 올린 게 고작이었고
글을 공부해 본 적도 없으니.
난 그래도 썼다. 매일 썼다.
몇 주 뒤 재도전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
남들이 봤을 때 별거 아니었겠지만
난 올해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 중 하나였다.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나 인스타가 아닌
정식 절차를 통과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이곳에서
글을 올릴 자격이 주어지니 뭐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좋은 일중에서는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올해 나는 두 번의 여행을 했다.
하나는 중국, 하나는 일본.
두 여행 모두 무척 뜻깊었다.
중국은 내가 늘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공항밖으로 나왔을 때 그 풍경을 잊지 못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빨간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귓가엔 시끄러운 중국어 소리가 울린다.
홍콩과 비슷하지 않겠나 했던 내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전혀 다른 곳이었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여행 내내 좋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의 단점도 물론 겪었지만 그래도
장점이, 매력이 훨씬 더 많은 중국이었다.
확실한 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우리와 달리 철저한 무장을 마친 중국을 느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근처에 우리보다
현격한 차이로 앞서 나가는 나라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나 중국이라면 더욱더.
반면에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다.
일본여행도 뜻깊었다.
작년에 도쿄여행을 처음 했었는데 참 행복했었다.
그래서 속으로 매년 오겠다 다짐했는데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서 뿌듯한 것도 있었고
계절을 바꿔 여행을 하니
그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복이었다.
라멘 한 그릇, 우동 한 그릇에도 철학을 담아내는
그들의 장인정신을 본받았으면 한다.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건 직장 상사의 퇴사.
정상적인 퇴사과정을 밟고 헤어졌다면
별일 아니었겠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직장에서 나름 중역에 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짐 싸서 나갔기 때문이다.
나이도 나보다 훨씬 위였던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책임감'이란 단어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깨달았다.
사측에 실망하고 서운한 점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에게 공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결국엔 모든 걸 덮어버렸다.
동정과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겠지만
스스로 비난의 대상을 자초한 꼴이다.
난 결코 그러지 않아야겠다 다짐했다.
그 사람과는 대척점에서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사람, 사건도 있었다.
배우 이순재의 별세가 그랬다.
나는 배우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 연극계 종사자가 아님에도
그의 별세는 큰 슬픔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미
'할아버지'의 나이였던 배우 이순재.
그는 나이 많다고 대접받길 바라는 삶을 살지 않았다.
자기 힘으로 개척해 나갔으며
그 나이에도 연기의 폭을 넓히고,
더 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연기뿐만이 아니다.
그는 다독가였으며 인생에 대한 철학도 확고했다.
왜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존경하고
'선생님'이란 칭호를 붙이는지 알았다.
병상에 누워서도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작품이지"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
그걸 보며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이켜봤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다.
연기를 할 일은 살면서 없을 테지만
그에게 배운 점이 많기에 나 또한
그를 '이순재 선생님'으로 부르고 싶다.
어디선가 읽은 책에서 저자는 그런 말을 했다.
"경험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의 대응이다"
올해도 수많은 사건들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걸 배웠고 반성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어떤 사건이 닥치더라도 의연하게,
현명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