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연말 결산 - 사건 편

인간은 경험이 쌓여 완성되는 법

by 레지널드

올해 내가 한 행동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은 단연코 글쓰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도 서투른 글쓰기이지만

그래도 쓰기 시작했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둔다.


엄밀히 말하면 작년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긴 했으나

한 달에 두세 번 올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글을 썼다.

영화, 음악, 책 리뷰 등등 닥치는 대로 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지인에게 들었다며

한 사이트를 소개해줬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곳의

정식 명칭은 '브런치 스토리'였다.


글을 올리기 위해선

작가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해서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1차는 탈락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블로그에 몇 편 올린 게 고작이었고

글을 공부해 본 적도 없으니.


난 그래도 썼다. 매일 썼다.

몇 주 뒤 재도전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


남들이 봤을 때 별거 아니었겠지만

난 올해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 중 하나였다.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나 인스타가 아닌

정식 절차를 통과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이곳에서

글을 올릴 자격이 주어지니 뭐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좋은 일중에서는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올해 나는 두 번의 여행을 했다.

하나는 중국, 하나는 일본.

두 여행 모두 무척 뜻깊었다.

중국은 내가 늘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공항밖으로 나왔을 때 그 풍경을 잊지 못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빨간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귓가엔 시끄러운 중국어 소리가 울린다.

홍콩과 비슷하지 않겠나 했던 내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전혀 다른 곳이었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여행 내내 좋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의 단점도 물론 겪었지만 그래도

장점이, 매력이 훨씬 더 많은 중국이었다.

확실한 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우리와 달리 철저한 무장을 마친 중국을 느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근처에 우리보다

현격한 차이로 앞서 나가는 나라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나 중국이라면 더욱더.

반면에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다.


일본여행도 뜻깊었다.

작년에 도쿄여행을 처음 했었는데 참 행복했었다.

그래서 속으로 매년 오겠다 다짐했는데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서 뿌듯한 것도 있었고

계절을 바꿔 여행을 하니

그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복이었다.

라멘 한 그릇, 우동 한 그릇에도 철학을 담아내는

그들의 장인정신을 본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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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건 직장 상사의 퇴사.

정상적인 퇴사과정을 밟고 헤어졌다면

별일 아니었겠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직장에서 나름 중역에 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짐 싸서 나갔기 때문이다.

나이도 나보다 훨씬 위였던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책임감'이란 단어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깨달았다.

사측에 실망하고 서운한 점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에게 공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결국엔 모든 걸 덮어버렸다.

동정과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겠지만

스스로 비난의 대상을 자초한 꼴이다.

난 결코 그러지 않아야겠다 다짐했다.


그 사람과는 대척점에서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사람, 사건도 있었다.


배우 이순재의 별세가 그랬다.


나는 배우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 연극계 종사자가 아님에도

그의 별세는 큰 슬픔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미

'할아버지'의 나이였던 배우 이순재.

그는 나이 많다고 대접받길 바라는 삶을 살지 않았다.

자기 힘으로 개척해 나갔으며

그 나이에도 연기의 폭을 넓히고,

더 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연기뿐만이 아니다.

그는 다독가였으며 인생에 대한 철학도 확고했다.

왜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존경하고

'선생님'이란 칭호를 붙이는지 알았다.

병상에 누워서도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작품이지"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

그걸 보며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이켜봤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다.

연기를 할 일은 살면서 없을 테지만

그에게 배운 점이 많기에 나 또한

그를 '이순재 선생님'으로 부르고 싶다.


어디선가 읽은 책에서 저자는 그런 말을 했다.


"경험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의 대응이다"


올해도 수많은 사건들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걸 배웠고 반성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어떤 사건이 닥치더라도 의연하게,

현명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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