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연말 결산 - 인물 편

혼자 잘나 성공한 사람은 없다

by 레지널드

새해 첫날, 올해도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하면서

중랑천을 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일도 채 남겨놓지 않았다.

모든 해가 그랬지만

올해는 유독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5년을 기억하고

2026년을 기약하고자 한 해를 돌아보기로 했다.


올해도 나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예년보다 멀어진 사람도 있었고

더 가까워진 사람도 있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몰랐던 부분을 발견해서 좋고

신기했던 점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실망한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을 더 만났고,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

배울 점을 더 많이 발견했다.


제일 먼저 아내가 떠오른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남편임에도

밖에서는 칭찬하고 다니고

안에서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참 고맙다. 가끔 내가 생각해도 선을 넘을 만큼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려도

같이 흥분하지 않고 점잖게 나를 타이르는 모습에서

반성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내가 꾸준히 블로그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기고할 수 있던 것도

아내가 알아봐 주고

격려해주지 않았으면 못했을 일이다.


내가 장소, 상황 불문하고

애정표현을 하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조카다.

겨우겨우 말을 하던 게

불과 작년이었는데 요즘은 전화로 별의별 말을 다한다.

'이리 와서 앉아봐'부터 시작해서

본인 기분 좋으면

'보고 싶다', '언제 놀러 올 거야' 등등

립서비스도 날이 갈수록 발전한다.

본인 선물인 거 뻔히 알면서

'이거 제거예요?'라고 묻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조카는 나에게 삼촌이란 말을 잘 안 한다.

그냥 본인만의 애칭으로 날 부른다.

어른들은 그걸 보고

'삼촌이라 해야지'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애가 학교 가기 전까진

나를 그렇게 편하게 친구 부르듯 불렀으면 좋겠다.

언젠가 들을 딱딱한 그 호칭을 최대한 늦게 듣고 싶다.

team-4529717_1920.jpg 출처: 픽사베이

고등학교 다닐 때 친했던 친구 한 명이 있다.

그 친구와 올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남자 둘이서 5일간 여행을 다니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저녁엔 항상 술잔을 기울이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이 친구를 알고 지낸 시간만 길었다 뿐이지

모르는 부분이 참 많았구나 싶었다.

우리 여행지는 그 친구가 몇 년간

파견근무를 나간 지역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며

'고생 많았겠네. 얘가 나보다 더 어른스럽네'라는

생각도 했고 아무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친구로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마 이 친구도 여행을 통해서 몰랐던

내 모습을 알아갔을 것이다.


작년 아내와의 유럽여행에서 알게 된 부부가 있다.

이 두 분은 우리 보다 나이도 많으시고

사회경험도 다양하게 하셔서

여행 내내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추억도 많이 쌓았다.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사이라

그때의 그 좋은 추억만 간직한 채

살아갈 거라 생각했으나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에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주셨다.

올해 초 식사자리를 갖고나서부터는

종종 만남을 이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보니

매우 흔치 않은 인연의 끈이라고 한다.

이 두 분을 보며 우리 부부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무 살 넘어서 알게 된 한 살 어린 동생이 있다.

한 살 차이임에도 나에게 무척 깍듯하게 구는

그 친구를 난 참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올해 아빠가 됐다.

원래부터 괜찮은 친구였는데 아빠가 되고 나서는

더 가정에 헌신적이고 밝아졌다.

딸 이야기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흐뭇했다.

올해 내 주변의 유일한 새 생명인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나 또한 바란다.


결혼 전에 비하면 만나는 횟수가 많이 줄어

아쉽지만 만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형님 한분이 계신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늘 똑같다.

야구 이야기, 영화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가

나에겐 큰 위로가 되고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형한테 만큼은

정말 부끄러워서 고맙단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문자로라도 고맙다 말해야지.


여기에 글을 쓰고 보니

나는 참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배웠으며,

감사할게 넘치는 아주 운 좋은 사람이다.


작년의 나와 비교해 보면

올해의 나는 큰 성장을 이뤘는데

주변 사람들 아니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앞으로 내가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


좋은 남편, 멋진 삼촌,

재밌는 친구/형, 어리지만 배울 점 있는 사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갈수 있는 법이고

그래야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다.


다시 한번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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