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을 잘 먹는 편이다.
소위말해 대식가 라고 할 수 있는데
특이한 버릇이 있다면
내가 먹는 양을 꼼꼼히 체크를 한다는 점이다.
김밥은 몇 줄을 먹었는지,
삶은 계란을 몇 개 먹었는지,
뷔페에서 몇 접시를 먹었는지,
심지어는 술도 몇 잔 마셨는지 세어가며 마신다.
아무리 잘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문제가 되기에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치에서 조금만 더 먹고,
그 이상은 먹고 싶어도 가급적 참는다.
하지만 딱 두 가지,
만두와 초밥만큼은 개수 세지 않고 먹는다.
말 그대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만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만두는 참 좋은 음식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먹는 방식도
각각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만두는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직접 빚어서 먹는 건
손이 많이 가지만 요즘은 간편식으로
너무나 잘 나와있다.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는
옛날부터 냉동식품계의 강자였으며
얼마 전부터는 딤섬류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들 간식이나 식사대용으로도 좋고
냉동교자에 맥주 한잔만 있으면
일본 선술집의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추운 겨울, 찬바람이 부는 날씨엔
만둣국을 추천드린다.
뽀얀 국물에 튼실한 만두,
파 송송 썰어놓고 기호에 따라
계란도 추가해서 먹으면 추위는 달아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찬바람이 불 때,
만두 매장을 지나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찜기에서 미친 듯이 새어 나오는
김 속을 지날 때의 그 훈훈함을.
말 그대로 훈풍이다.
찐만두의 종류도 다양하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갈비만두,
요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새우만두까지.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고기만두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갈비만두도 고기만두의 한 종류지만
나는 그 둘을 다르게 본다.
다진 고기, 파, 숙주나물등이
함께 들어간 정통 고기만두가 좋다.
요즘은 뭐든 맵게 만들어야 잘 팔리나 보다.
확실히 김치만두가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매워졌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콘셉인 고기만두가 더 좋다.
군만두 이야기를 해보자.
군만두를 '중국집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시면 크나큰 오산이다.
옛날에는 직접 만들어서 팔았기 때문에
중국집마다 특색 있는 군만두가 있었고
이것은 요리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만두를 만드는 데 있어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공장형 군만두가
대세를 이루었고 그때부터
'서비스' 품목이 되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15년 동안 먹었던 군만두 맛을 바탕으로
범인을 추적하는데,
지금이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 중국집을 찾지 못할 것이다.
'만두'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편 더 있다.
영화 '대가족'을 보면 주인공이 운영하는
만두가게가 나온다.
주인공은 엄청난 양의 만두를 직접 빚는데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 바친다.
만두가 그런 음식이다.
먹기에는 아주 간편하지만
막상 직접 만들려고 하면 손이 정말 많이 간다.
나는 살면서 딱 한번 만두를 직접 빚어봤다.
일단 만두소 만드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다.
김치만두든 고기만두든 일단 다 다져야 하고
그걸 버무려야 하는데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을수록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린다.
요즘이야 마트에 가면 이쁘게 생긴
만두피를 팔지만 옛날 가정에서는
만두피도 직접 만들었다.
만두피는 직접 만들지 말고 사서 쓰시는 걸 권해드린다.
처음 만드는 사람들은
소를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음식에 관해 할 수 있는 건
먹는 것 뿐이었던 나는 의욕만 앞서서
하다가 만두피를 여럿 찢었다.
그래도 가족들은 내가 만드는 걸 보고
'의외로 이쁘게 빚네'라며 칭찬해 줬다.
그 칭찬에 힘입어 신나게 빚어댔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과 목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만두는 특히 손이 바쁜 음식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게 다르겠지만
난 만두피가 얇아야 좋다.
겉모습만 봐도 고기인지 김치인지
알정도는 돼야 한다.
만두피가 두껍고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사실 만두가 아니라 야채호빵으로 분류해야 한다.
나는 '국뽕'을 싫어하지만 만두만큼은 국뽕론자다.
중국식, 일본식 다 먹어봤지만
우리나라 만두가 최고다.
국내 모 기업이 만든 냉동만두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LA 레이커스 유니폼에 그 만두의
영문로고가 박혀있는 걸 보면 자랑스러움이 밀려온다.
과정은 길고 힘들지만 딱 한 번뿐이었던
그 만두 빚기가 추억으로 남았다.
이 글을 쓰면서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데 어린 내 조카가
크면 우리 집에서 만두 한번 같이 빚자고 해야겠다.
원래 만두나 송편은 온 가족 다 모인 데서
빚는 게 또 맛이니까.
모양이 제각각인 그 만두를 함께 먹는 것 또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