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군대는 압존법에 굉장히 민감한 집단이다.
같은 병장이라도 결코 같지 않기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라도
상대보다 낮으면 '님'자를 빼야 한다.
사실 이건 군대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을 가도 마찬가지다.
요즘 사회는 그런 게 많이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압존법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건 크게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압존법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제발이지 압존법을 의식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내가 한때 즐겨보던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90년대와 2000년대 히트곡들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여자 진행자의 언사가 너무 귀에 거슬렸다.
자신보다 선배 가수를 언급할 때
'OOO 선배님', 'OOO선배님들'이라고
표현하는데 한두 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저 모양이길래
그냥 내가 그 프로그램을 끊었다.
방송연예계가 군기가 세다고 하니
자신의 선배에게 깍듯하게
예를 갖추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시청자 보다 그 선배 가수를
위라고 생각한다는 건 상식밖의 언행인 것이다.
그들에게나 선배지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몇 년 전, 우연히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진행을 하지?'
'작가랑 PD는 아무나 하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진행을 맡은 아이돌 가수가
출연진을 소개하면서 한 팀, 한 명도 거르지 않고
'~~ 선배님, XX선배님들' 이렇게 말했다.
자기네들도 말하면서 부끄럽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게 잘못됐다는 것조차 모르는 걸까?
소속사에서는 보컬과 안무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이런 기초적인 교육 좀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만의 세계와 문화를,
그것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전파를 통해 고스란히 내보내는 건 자중해야 할 일이다.
요즘 TV를 보다 보면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도 유명인을 지칭할 때
'님'자를 꼭 붙이던데 솔직히 말하자면 거슬린다.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그렇게 표현하면 모를까 화면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데서는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론이 있는 것 또한 안다.
어느 연예인이 선배 연예인에게
~~ 씨 라고 했다가 큰 비난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로 사과문까지 발표했었다.
너무 아쉽다.
그때 그 기회를 계기로
이런 문화가 타파 됐어야 하는데
오히려 저 악성, 무지성 팬덤에 연예인이 지는 바람에
그 후에 더 고착화 됐다.
요새는 별의별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라고 뜨고
일반인들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럴 때일수록 더 신경 써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 호칭, 압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비상식적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연예인들의 반려동물까지
스타가 되고 있는 이 판국에
나중에는 강아지들에게도 존칭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호칭에 관한 문제는 예능프로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다.
뉴스에서도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표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북한 김정은이다.
북한 방송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온전하게 불렀던 기억이 없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정책 성향상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네들에게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너무나 공손하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꼬박꼬박 호칭을 붙여준다.
북한처럼 무식하고 과격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우리 언론에서도 그냥
'김정은'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불쾌하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로 촉발된
사물에 대한 존칭은 예전부터
범 국민적 운동처럼 지적이 끊이질 않아서 그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
하지만 사람에 관한 호칭문제는
누가 나서서 지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아무래도 악성, 무지성 팬덤때문인것 같은데
이 또한 전국적인 계몽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연예인들도 하도
여기저기서 시달리니까 그럴 순 있다.
그래도 '비발디 선배님' 같은
보기 흉한 일은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괜히 어쭙잖게 잘못된 방식으로 예의 차릴 생각보단
차라리 언행을 더 다듬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