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함께
배에 탄다는 뜻으로 서로 적의를 품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야 하는 상황을 일컬음
어렸을 적 읽었던 학습만화책
'따개비 한문숙어'에서 이 편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숙적인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아이들 시선에 맞게 그렸는데
요즘 들어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얼마 전, 롯데월드에 놀러 갔는데
자사의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사와의
업무 제휴를 계속 광고하고 있었다.
물론, 같은 계열사인 롯데카드는 당연히 혜택이 적용되고
다른 카드사들과의 제휴협력도 당연한 것이지만
대놓고 광고하는 게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더 재밌었던 건 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도 이런 모습이 많이 보였다.
팝콘을 파는 매장을 지나가다 보니
뭔가 이상해서 한번 더 쳐다보게 됐다.
팝콘 매장이름에 CGV가 들어갔다.
그곳은 영화관 CGV에서 판매하는
팝콘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아시는 대로
롯데는 CGV의 라이벌인 롯데시네마를 운영 중이다.
이건 정말 큰 결단이라고 봐야 하는 게
첫 번째로, 라이벌 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롯데시네마에서 파는 팝콘보다
CGV에서 파는 게 더 맛이 좋고,
판매량도 많으니까 저런 결정을 한 것이다.
이걸 기획한 사람도 칭찬하고 싶고,
승인한 윗선도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 재밌던 건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녀봐도
롯데 계열사인 엔제리너스는 없었고
투썸플레이스와 폴바셋만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홍보, 마케팅, 제휴를 생각하면
같은 계열사를 쓰는 게 당연하다.
서로 말도 잘 통할 것이고.
그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저런 영업을 한다는 건
어쨌거나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기업들, 경영인들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영업이익, 순이익을 따지며
사람보다 원숭이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좋으면
원숭이들을 고용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례는 비단 여기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두 회사,
삼성과 애플.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 때 쓰이는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공급받는다.
또한 삼성은 스마트폰에 애플 TV를 기본으로 탑재한다.
앞으로 이 두 회사 간의 관계와 시장 지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모습은
상호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사례다.
현대와 도요타는 수소차, 수소에너지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회사도, 설립된 국가끼리도 라이벌인
이 두 조직은 영업이익은 물론
미래에너지개발을 통한 공헌에도 협력하는 것이다.
삼성&애플의 경우처럼 현대차와 도요타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모습만 봤을 때는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오월동주라는 말은 오랜 세월 동안
명맥을 이어오면서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 말인즉슨, 기업들 간의 케이스 말고도
여러 가지 경우에도 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선 당연한 것이다.
내 자존심, 내 기분만 앞세우며 살다가는
크나큰 손실을 빚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사람은 자고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여럿이서 협력하여 사는 이 세상에서
눈앞의 이익도 아니고
눈앞의 감정만 쫓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싫어도 생존과 번영을 위해선
내 감정을 반쯤 죽이고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려보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또한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오월동주'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요즘 중동정세가 핫하다.
어쩌면 더 큰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작금의 사태(26년 3월 기준)에서
평화적인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고한 인명피해, 더 큰 경제적 손해는 막아야 한다.
이럴 때는 각 나라끼리의 과거사가
이렇다 저렇다 논할 필요가 없다.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하며 서로에게
시비를 걸거나 발목을 잡아선 안될 것이다.
공통된 목표가 있으면 함께 나아가야 하고
공통된 적이나 불안요소가 있으면 함께 힘 합쳐 싸워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오월동주다.
하지만 오월동주를 자기네 입맛대로 해석해도 안된다.
'공통된 이익'을 추구한답시고
기업들끼리 담합하고,
'공통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무분별한 군비확장을 해선 안된다.
여럿이 힘을 합쳐 나쁜 짓 하라는 뜻이 절대 아님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