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좁아지는 탑골공원

by 레지널드

얼마 전, 한 신문에는 탑골공원에서

오락행위가 금지된 이후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노인들이 낙원상가 근처 익선동으로 흩어지자

그곳의 상인들이 꺼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보면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자영업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들 입장에선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30대인 나는 아직은 그래도 노년층보다는

젊은 20대들과의 나이차이가 더 적기 때문에

그들이 왜 노인세대들을 불편해하는지 잘 안다.


사실 나도 몇 년 전 탑골공원에 갔을 때,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지나치게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를 한다거나,

아무대서나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곳곳에 술병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점은 노상방뇨하는 모습이었다.

저게 음악인지 소음인지 모를 정도로

시끄럽게 틀어놓은 트로트 소리도

무척이나 견디기 어려웠다.

인근에서 식사를 하려던 우리는

그냥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그 탑골공원에서 내기 바둑, 장기 같은

오락행위를 금지당한 노인들이

시간 떼울곳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환영해 주는 곳은 없고..


차라리 정치적 신념으로

세대갈등이 발생하는 게 낫지,

이렇게 문화/복지적인 면에서 생기는 갈등은

중간자 입장으로 봤을 때 마음이 아프다.


나라님도 해결하기 힘든

이 세대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노인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나이 들었다고 큰소리내고

그 큰소리에 젊은 사람들이 '네, 네'하던 시절은 끝났다.

그러니 일단 '내 말이 다 맞다'

태도부터 버리셔야 한다.

내가 말한 큰 소리에는 '주장, 의견' 뿐만 아니라

정말 목소리를 크게 한다는 말도 포함되어 있다.

데시벨을 조금 낮춰보시는 걸 권해드린다.

누구나 자기의 대화에 다른 테이블의

대화가 섞이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아울러 흡연은 지정된 장소에서 해주셔야 한다.

어른들 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의 흡연율은 매우 낮다.

심지어는 흡연자들끼리도

남의 담배냄새는 싫어하는데

그렇게 아무대서나 담배를 피우면

당연히 환영받기 힘들다.


20대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일단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길 권해드린다.

'큰 소리로 대화'하는 건 그냥

'아 저 나이에는 귀가 잘 안 들리니까

서로 크게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큰소리로 떠들면 말하는 사람도 목이 아프다.

그럼에도 저렇게 대화하는 건

정말 잘 안 들려서 일수도 있다.

일부러 주변사람들한테 피해 주고 싶어서

저렇게 크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흡연 문제도 대승적으로 한번 이해해 보자.

저분들이 젊었을 때는

병원비상계단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버스, 기차는 물론 비행기에서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흡연자들이 나이가 들어서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좀 둔한 것이다.

원래 하던 대로, 살던 대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그리고 화낼 필요가 없는 게

어차피 금연장소에서 계속 담배를 피우면

공무원들이 제지를 가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그래도 내가 체감하는 것 중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예전에 비해 어르신들이 무턱대고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반말하는 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fotoerich-man-6530416_1920.jpg 출처: 픽사 베이

살아온 방식이 명확히 다르다는 것도

세대갈등의 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한 세대는 먹을 게 없고 매일이 고됬지만

그래도 지금 고생하면 미래는 행복할 거란 기대는 있었다.

한 세대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더 나아질 거란 기대감은 없는 세대다.


이런 것처럼 앞으로 노인세대들도 스스로 자정하고

젊은 세대들도 한 발짝 물러서서 이해해 준다면

세대갈등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 젊은이들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드는

어르신들은 본인들의 젊었을 적을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그때도 분명 윗세대들에게

'요즘 젊은것들은'과 같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들도

이제 곧 닥쳐올 본인들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저는 안 그럴 건데요?'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분들도 젊은 시절 자신들이 이렇게

푸대접받을 거란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적고 많음의 차이에서

이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에게서

삶의 품격과 철학을 배우고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뜨거운 혈기에서 발현된 열정을 배우는,

그런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세상을 꿈꿔본다.

작가의 이전글외유내강 경량패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