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경량패딩

by 레지널드

3월 중순, 환절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이 시기는 아침기온과 한낮의 온도차가 심하다.

출근길 아침 공기는 차갑게 느껴지지만

한낮의 바깥공기에선

이제 봄이 왔음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아침뉴스에 나오는 기상캐스터들은

'옷차림에 유의하십시오'라고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경량 패딩을 많이 입는 것 같다.

두터운 패딩을 입기엔 덥고,

그렇다고 완전한 봄옷을 입기에는 춥고.

말 그대로 가벼운 패딩인 경량패딩은

안에 반팔하나만 입고 걸쳐도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옷이다.


작년 봄, 나는 친구와 중국 다롄으로 여행을 떠났다.

4월 초였는데 한국은 아직

따뜻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다롄은 따뜻하겠거니 하며

봄옷 위주로 챙겨갔는데

도착해 보니 바람이 많이 불었고

서울의 3월 초중순 같은 날씨였다.


물론 낮에는 따뜻한 봄볕이 내리쬤지만

하루 종일 실외를 돌아다녔기에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무척 고민이 많았다.

살면서 경량패딩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구매하지 않았었는데 그곳에서는

그냥 바로 한벌 사 입었다.

그 후로 무척 자주 입었다.


어디 가볍게 외출할 때 입기에

이만큼 적절한 의상도 없다.


나는 사실 경량패딩에 대해서

약간 의심을 했기 때문에 구매를 꺼렸었다.


일단 외관만 봤을 때 전혀

따듯해 보이지 않고 그냥 군대에서 입었던

'깔깔이' 같아 보였다.

물론 깔깔이는 따뜻하다.

겨울에 그거 입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게 외출용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에게 경량패딩은 깔깔이 같은 존재였다.


추우면 그냥 두꺼운 패딩 입으면 됐고

날씨 풀리면 그냥 코트나

두꺼운 후드집업 입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경량패딩의 맛을 알고 나서는

이 옷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내가 이 경량패딩에 반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의외로 따뜻하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편리성이다.


겨울철, 여행할 때 짐 싸는 건

다른 계절에 비해 좀 골치 아프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부피도 많이 차지한다.

하지만 이 경량패딩은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당연히 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는다.

크기도, 무게도 적게 나가다 보니

입고 활동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다.

일반 패딩은 아무래도

철저히 보온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움직임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경량패딩은 입고 운동을 해도 괜찮다.

팔이나 허리를 움직일 때도 자연스럽다.

패션에 관심 많은 멋쟁이들에게도

경량패딩은 좋은 아이템이다.

단독으로 입어도 괜찮고 그 위에

멋진 코트를 걸쳐 입어도 좋기 때문이다.

다른 패딩들에 비해 색깔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도 경량패딩의 또 다른 장점이다.


따뜻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외형이지만

실용성은 만점인, 외유내강 스타일의

옷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운로드 (3).jpg 출처: 디스커버리

이제 곧 있으면 본격적으로 옷정리를 해야 한다.

겨울에 입은 옷들은 깨끗하게 세탁한 후에

장 깊숙한 곳으로 넣어두고

봄옷을 꺼내야 할 차례다.

얼마 안 있으면 여름옷도 꺼내야 하고.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봄옷도

계절의 특성상 여러 벌을 입어야 한다.

땀도 많이 나고 하니까 어제 입은 옷을

오늘도 입기는 어렵다.

그런데 겨울옷은 조금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직장에 출근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다 보니 정말 추운

한겨울에는 안에 입는 옷만 바뀔 뿐

패딩은 똑같은걸 연속으로 입는 날이 많았다.

롱, 숏, 경량 할 것 없이

입는 빈도수가 다른 계절의 옷들보다 더 높다.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겨울옷정리할 때,

유독 생각에 많이 잠긴다.

겨울철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 뭔가 아련해진다.


달력 한 장 남았다고 아쉬워하면서 입었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낭만을 함께했으며

새해 첫 일출을 볼 때도 내 몸을 따뜻하게 해 준 옷들이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준 패딩,

그중에서 지금도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경량패딩.

참으로 유용한 녀석이다.

짧으면 8개월, 길면 9개월 뒤에 다시 입게 될 텐데

그때까지 무사히 숨이 살아있길 바라본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여운을 남겨주고,

고마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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