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배워간 게 있음에 감사한 3월
나에게 있어 진짜 새해는 3월이라며
의기양양하게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2월 마지막날, 브런치에 올린 글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패기가 넘쳤다.
무엇이든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획도 다 세워놨다.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글도 많이 쓰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난
그걸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3월이 시작되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대체공휴일이었던 3월 2일 날 출근을 했음에도
발걸음이 가벼웠고 그날 아침도,
다음날도 내 계획을 차근차근 이뤄나갔다.
책은 더 잘 읽혔으며, 감사하게도 글감은 끊이지 않았다.
한기가 사라지고 온기가 서서히 올라오니
내 의지력은 더 불을 때었다.
그렇게 순항을 이어갔다.
3월 중순이 지나서도 나는 흐트러짐 없이
이루려던 바를 다 이뤄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운은 나를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날 밤부터 일은 시작됐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엄마와 함께 셋이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그린티 라테를 마셨다.
사람의 감각은 무섭다. 라테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어? 이렇게 느끼한 음료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날 저녁부터 나는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다음날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건 후회였다.
평소 같았으면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텐데
그날, 왜 하필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안 마시던 음료를 골라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 걸까
부터 시작해서 근거 없는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오늘만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그래도 이때까지는 금방 가라앉을 거니
나는 힘들어도 내 할 일을 이어가자라고,
아주 올바르게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점점 몸은 더 안 좋아지고
먹는 건 제한되다 보니 힘이 나질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직장에서는
갑자기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야간까지
근무하는 날이 연달아 이어졌다.
이때 처음으로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바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매진했지만 개운치 않았다.
어쨌든 실패했으니까.
글쓰기만 그런 거면 다행이지만
운동도 하지 못했으며 독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양을 읽었다.
뭐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참지 못하는 '파워 J'인 나는 이미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몸상태는 지금도 백 퍼센트 회복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주말부터는 텐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변명을 대자면 내 의지와는 무관했다.
단 하루도
'귀찮은데 하루 쉴까',
'어제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은 대충 하자. 내일도 있잖아'
같은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몸이 무너지니까 다 무너진 것일 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나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도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럴 것이다.
어찌 됐든 나는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쪼그라들었다.
이를 두고 용두사미라고 한다.
어느 기업인이 강연에서
'큰 목표를 세우고 중간에 멈추고 마느니
차라리 절반의 목표를 세우고 온전히 달성하는 게 좋다.
절반의 성공은 의미가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나도 용두사미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나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부끄럽다.
목표를 작게 세우고 달성하던가,
아니면 내가 세운 목표니까 주변 상황
핑계 대지 말고 무조건 달성하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나는 남들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정신승리다.
이번 3월의 해프닝을 보면서
난 배웠기 때문에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대식가임을 자부할 정도로 잘 먹고,
또 소화도 잘 시켰던 내가 이렇게
복통으로 고생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번일을 계기로 먹는 걸 조심하고
건강이 무너지면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아프니까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상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온전히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주말의 아침산책이 나에게 많은 영감과
위로를 주었는지 이제는 잘 안다.
내일부터 시작될 4월엔 건강을 지켜가면서
이 소중한 것들 또한 지켜나갈 것이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내 계획은 대동소이하다.
글쓰기, 독서, 영화감상을 게을리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긍정적인 사고로 행복을 누릴 것이다.
용두사미 따윈 없는 나의 찬란한 4월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