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을 가지고, 내일을 위한 내 일을
지인의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한 책이 한 권 있다.
후안옌 작가가 쓴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작가 후안옌은 옷가게 직원, 주유소 직원,
편의점 점원, 택배 물류센터 및 배송업무 등
각종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썼고
그 글들을 모아 책을 낸 것이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이 가능하기에
그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완독 하지는 않았지만
첫 장부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명한 작가들처럼 글을 잘 써서? 아니다.
그가 물류센터에서 일했을 때의
이야기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대충 짐작 가능하시겠지만
물류센터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몇몇 택배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한 사례들이 많았고
인터넷 커뮤니티등에서도
'인생의 끝을 경험하고 싶다면 물류센터로 가라'
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인구의 30배 정도 되는 중국은
당연히 물동량도 그에 버금가게 많을 것이다.
특히 작가가 일했던 광저우 시는
광둥성의 주요 도시이고 중국 내에서도 대도시에 속한다.
그러니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노동강도, 근무시간 모두 어마어마한데
그 와중에 글까지 써 내려간 그를 보면서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도 그와 비슷하다.
9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대략 저녁 7시 정도.
나도 후안옌처럼 양질의 글은 아니더라도 글은 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힘들게 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특히 며칠 전처럼 아팠을 때는
'이래서 아픈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서는
난 참 비겁한 변명을 하면서
게으른 내 자아와 합의를 보며
살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나는 배부른 사람이었다.
이 글을 통해 처음으로 밝히는 내 직업은
(물론 아무도 궁금해하진 않으셨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기사다.
의료기사도 여러 직종이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방사선사다.
여러분이 병원에 가셔서
X레이를 찍거나 MRI, CT 검사를 할 때
옆에 있는 직원, 나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대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만난 형이 내 전공 이야기를 듣고
"아 그 '숨 참으세요' 하고 꿀 빠는 직업?"
이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땐 나도 웃겨서 웃었다.
졸업 후 일하면서 다시 만난 그 형은
"너 그 꿀직업 어때?"라고 종종 말하곤 했었다.
하.. 현실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 이야기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이때까지 일했던 병원들에서
방사선사의 업무량은 엄청나다.
평균적으로 직원 한 명당 수백 장의 엑스레이를 찍고,
하루에 20명 가까운 MRI와 CT 검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형이 말한
'숨 참으세요' 하는 검사는 아주 간단한 검사고
그 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MRI, CT 검사도 절대 몸이 편하지 않다.
그건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와 동료들은 농담조로
'우린 몸 쓰는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후안옌의
노동강도에 비하면 난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된다.
다른 방사선사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산더미같이 쌓인 택배들을 내리고 쌓고,
정해진 쉬는 시간 30분 외에는
틈틈이 눈치 보며 쉬어야 하고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후안옌 보단 내 직업이 덜 힘들다.
그래서 나는 겸손하기로 했다.
나보다 힘들게, 바쁘게 사는 사람은 많고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다.
힘들다, 바쁘다는 투정은 그만하고
내 일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런 결심은 처음 하는 게 아니다.
수없이 다짐했지만 무너져 내렸다.
그렇지만 이번엔 좀 느낀 바가 다르다.
환자들에게 항상 웃는 미소로 대하고,
의사에게는 진료에 도움 될 양질의 영상을 만들어주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든든한 동료가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뭐 지금까지 대충 일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 다만 힘들다는 투정을 좀 했을 뿐.
이제는 더 내 일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인
작가가 되기 위해 글도 열심히 써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