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을 팔지 마세요

쓰레기봉투 대란을 보며..

by 레지널드

요즘 중동정세가 무척이나 어지럽다.

중동의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인가, 바로 석유다.

석유의 수출입 활로가 원활치 못하니

정부와 민간 모두 비상이 걸렸다.


석유는 정말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다.

단순히 자동차나 비행기를 굴리는

연료 수준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

전반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뉴스를 보니 이로 인해

종량제 쓰레기봉투 대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대란이 일어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미리 사두려는 심리 때문에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단 한 번도

'종량제 봉투 다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종량제 봉투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사들이고 있다.

안타까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종량제 봉투야 뭐 정부에서 관리하는 품목이고

민간이 끼어들 여지는 없지만

나는 이와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무척이나 혐오한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이익을 보는 건 씁쓸하다.


이런 마케팅을 벌이는 곳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유아, 아동, 학생들이 주 타깃인 업체들이다.

'이 장난감 안 갖고 노는 아이들이 없어요'

같은 문구를 집어넣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광고를 하면 부모들은 대번에

"우리 애는 없는 거네. 정말 다른 애들 다 갖고 노는 건가?"

라면서 구매를 고민하게 된다.

정말 인기 있어서 유행하는 것과

저런 식으로 광고를 해서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또한 요즘엔 키와 관련해서 부모들의 불안감을

많이 조성한다. '이 약 먹고 150인 애가 180이 됐어요'

진지하게 말하건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아이는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니.

이렇게 비과학적인 광고도 판을 치는 이유는

부모들의 불안함을 조성하기 때문이고

그게 먹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크면 학용품광고로 넘어가고,

그것보다 좀 더 크면 학원광고가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학원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많다.

우리가 알만한 대형학원들은

과장광고를 해서 문제고

소수 정예 학원이나 그 중간급학원 들은

사실확인 어려운 점을 악용해서 광고를 한다.

마치 이 학원을 안 다니면 아이의 성적은

결코 오르지 못할 것이며,

이 학원에 다니는 원생들만이 알 수 있는

고급정보를 우린 쥐고 있다는 식으로 광고를 한다.

대치동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학원 많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초, 중, 고를 나온 나는 이런 유의 광고를 정말 많이 봤다.

자녀들의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길 바라고,

그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모들의 심리를 악용한 광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handshake-3100563_960_720.jpg 출처: 픽사 베이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광고 중에도

이런 불안감 마케팅을 하는 걸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나는 SNS 광고를 정말 안 좋아한다.

연예인 누구 한 명이 나와서 이거 마시고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하면서

"요즘 이게 품절 대란이라 구하기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한정된 수량만 확보해서 언제 판매한다"

이런 멘트의 광고, 보기 그렇다.


연예인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무슨

인플루언서 랍시고 나와서

일반인들도 가증스럽고

과장스러운 표정으로, 반말로 광고하는데

결코 좋은 사회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몇 주식방송도 그렇다.

"이 주식, 아직도 안 갖고 있으세요?

이거 갖고 있으면 부자는 순식간이라니까요",

"저희가 개설한 단톡방에는

소수만 알고 있는 고급정보가 있습니다"

식으로 경제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관할 부서가 어디가 됐든 공적인 힘이

작용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특히 요즘은 AI기술이 발달하여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아주 사악해졌다.

치과 질환, 난청 부터시작해서

스태미나와 피부미용 같은 광고도

'나만 안 하는 건가?'라는 마음을 들게 하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케 한다.

관련법 제정 내지는 강화가 시급하다.


한때는 희망을 파는 광고가 많았다.

각종 자기 계발서와 그걸 가지고

강의를 하는 사람들의 광고,

자칭 '주식의 신', '부동산의 귀재'들이

등장하여 자기만 믿고 따라오면 더 이상의

돈걱정은 없다는 식의 광고들.


그것도 사실 꼴 보기 싫었는데

이런 불안감을 바탕으로 판매하는 광고보단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주머니 사정이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수록 사람들은

'나만 힘든 건가'라는 마음에 더 쫓기게 된다.

안 그래도 퍽퍽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이런 식으로 겁주기 광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불안마케팅이 판칠수록 사람들은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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