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에 웃돈 거래까지. 웃지 못할 세태
나는 카페에 가면 열에 아홉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러나 가끔은 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음료를 꼭 마셔야 할 때가 있다.
그때가 언제냐고?
바로 아내의 취향을 저격하는 굿즈가 나왔을 때다.
'이거 마셔, 이거 마시면 스탬프 더 적립돼'
평화와 안녕을 위해 나는 군소리 없이 마신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굿즈를 받고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면 그걸로 된 거니까.
얼마 전, 아내는 또 한 번 나에게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권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조그마한
캠핑용 의자를 받으려 한다고 말해줬다.
보니까 이쁘긴 하다.
그런데 바로 어제,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그 캠핑용 의자가 품목으로 나온 중고거래를 봤다.
가격은 그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10잔도 넘게 마실 수 있는 금액이었다.
굿즈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아이돌 그룹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화 관련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엄청난 대기를 하고 오픈런하는 사람들,
밤새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과도한 상술이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사람들의 물욕을 비난해야 하는 걸까.
굿즈 상품으로 인해 많은 계열사들,
그리고 연관된 종사자들과
소비심리까지 고려하면 경제활성을 위해서
나쁜 것 많은 아니기에 정답은 없다.
굿즈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꽤 오래됐다.
당장에 나부터도 어렸을 때
이미 굿즈의 무서움을 접했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다.
친구 어머니가 나와 친구에게 햄버거를 사주셨는데
친구가 해피밀 세트를 골랐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먹었던 나는
장난감을 주는 그 세트보다 일반적인 세트를 먹었다.
(해피밀 세트는 햄버거 크기가 작다)
직원이 장난감이 다 소진됐다고 하니까
친구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의젓하다고 느끼던 친구가
그거 하나 못 받는다고 우니까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그걸 보고 당혹했던 나도 1년 뒤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매일같이 빵을 먹어댔다.
시간은 흘러 해피밀 세트가
소아 비만을 유발한다고 하여 광고를 금지당했고,
스티커 빵에 대한 비난 뉴스도 많이 보도 됐다.
그때의 아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오히려 판이 더 커진 기분이다.
굿즈를 이용해 재테크를 하는 사람도 등장했고
기업들의 이윤은 늘어만 간다.
상술에 완전히 당하고 있다는 굴욕감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대는 마케팅의 전문가들이고
심지어 심리학까지 동원하는데 이길 도리가 없지.
문제는 아무리 오픈런을 하고,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서고,
필요 이상으로 상품을 구매해도 굿즈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자존심 격차,
엄청난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꾼들,
업체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들 등등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제안을 하나 해보고 싶다.
차라리 그 물건을 비싸게 팔면 어떻겠냐고.
예를 들어 6000원짜리 음료 10잔을 마셔야 주는 굿즈가 있다,
이걸 7만 원에 판매하면 회사에 더 이득이 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도 애쓰지 않고 딱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서로 윈윈 하는 시스템일 텐데.
혹시 내가 모르는 마케팅 전략이 포함된 거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고심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