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생각을 하게 하는 그곳, 바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닷물에 뛰어들어가 즐기는 해수욕도 좋아하고
모래사장을 거닐어도 행복하고
차를 타고 지나가며 바라만 봐도 흡족해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끝이 없이 펼쳐져 있다는 말이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바다를 봐도, 언제 봐도 늘 하는 생각이다.
서울에 사는 나에게
제일 접근하기 쉬운 바닷가는 인천이다.
나의 인천 바다 여행 루트는 단순하다.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고
소화시킬 겸 걸어서 월미도로 간다.
그곳에서 그냥 하염없이 걷는다.
사람들에게 다가와 간식거리를 요구하는 갈매기도 보고
그 유명한 월미도 바이킹과 디스코팡팡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환호성도 듣는다.
일출보다는 일몰을 좋아하는 나로선
월미도의 주황빛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잘 보냈구나'라는 위안을 얻는다.
동해안 여행은 무조건 1박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안가를 산책하며
파란 바닷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모래사장에 도달할 때 흰색이 되는걸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신기하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강릉을 가든, 속초를 가든 어딜 가나 해변가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는 유독 더 푸르르고 향기롭게 느껴진다.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처음 가본 제주도의 바다도 참 소중한 기억이다.
물이 투명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제주도.
숙소 발코니에서 본 돌고래들을 보고
'제주도에선 이런 풍경이 흔하구나' 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알았다. 아무리 제주도여도 그건 흔한 풍경은 아니란 걸.
부산, 흔히 사람들은 '부산 바다' 하면 해운대와 광안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부산항에서 바라본 바다가 더 좋았다.
대형 컨테이너들이 왔다 갔다 하고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배들이 들락날락거리고 그곳 바로 옆에는
유명 참치회사의 초대형 냉동창고가 있었다.
내가 몰랐던 세계, 짠내와 비린내가 가득한 그 거친 풍경은
내 마음속 북을 울렸다.
내 첫 해외 여행지인 홍콩에서 바라본 바다는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 없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라고 느꼈던 홍콩 부둣가.
레이저쇼도 물론 화려했지만 그냥 건물과 광고판이 발산하는 조명으로도
그곳의 야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홍콩이 '어딜 봐도 영화' 였다면 베네치아는 '어딜 봐도 삽화'였다.
곤돌리에들은 멋있었고, 거리 곳곳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들은
낭만이 넘쳐 보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차가워진 몸은 에스프레소와 핫초코로 달랬다.
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항구로 나가 석양을 바라보며
꼭 한번 다시 오겠다 다짐했던 그날의 기억도 생생하다.
가장 최근에 가 본 바닷가는 중국 다롄이다.
항구에 정박된 조그마한 어선을 바라보며
'저 배를 타고 쭉 나아가면 어디로 흘러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 운 없으면 북한의 바닷가로 가겠지?
아니 어쩌면 흘러 흘러 태평양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또 한 번 바다의 광활함에
새삼 감탄했다.
어디로 가든 끝이 없는 바다,
누군가는 그러한 이유로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나는 그 무한함 때문에 바다를 사랑한다.
해변에서의 산책은 나를 사색에 잠기게 해 준다.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은 아주 작게 만들어주고
작게나마 품고 있었던 긍정의 씨앗은 아주 크게 확장시켜 준다.
자연스레 생각의 품이 저 바다처럼 무한히 커진다.
캘리포니아 해변의 역동성, 나폴리의 푸르른 바다,
시드니의 멋짐과 리스본 항의 고풍스러움 ,
활기 넘치는 와이키키 해변 등등
이 세상에는 유명한 항구도시들, 해변이 너무나 많다.
다행히도 나는 안 가본 곳이 대다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