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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고, 미각을 깨우자

종류도 다양해진 통조림에 대하여

by 레지널드

통조림 -

식품을 금속용기에 넣어 장기간 보관 할 수 있게 한

가공식품을 일컬음


19세기 초 유럽에서 탄생한 이 기발한 발명품은

인류의 식생활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에 우리나라도 대한제국 시기에 제조된

털게 통조림이 시초였다고 하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어렸을 적, 통조림 음식을 꽤 좋아했다.

파인애플 통조림과 복숭아 통조림이

주는 달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국물까지 쭉쭉 들이켰다.


아, 통조림 국물의 끝판왕은 옥수수다.

옥수수 자체로도 너무 맛있고

국물은 형언할 수 없다. 삼키기가 아까울 정도다.

먹는 것과 관련된 나의 위시리스트는 정말 많다.

그중 하나가 옥수수 통조림 집에 쌓아놓고

하루에 하나씩 먹는 것이었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도, 내 몸속에 들어간 통조림 지분의 상당수는

뭐니 뭐니 해도 참치다.

고추참치, 야채참치 할 것 없이 많이도 먹었다.

반찬으로는 기본이요, 때로는 그냥 간식으로도 먹고

어른이 돼서는 술안주로도 애용했다.


한국인의 식 문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스팸 아닐까?


명절 선물세트의 상징이 될 정도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스팸.

물론 나도 안다. 스팸은 엄청 짜고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지금은 그러한 이유로 섭취를 많이 줄였지만

한때는 스팸만 있으면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먹었다.


내가 키우던 반려견은 엄마가 출근할 때 항상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갔었다. 그러나 아침 메뉴가 스팸인 날에는

나가지 않았다. 나가더라도 문 앞에서 바로 몸을 돌려 들어와 버렸다.

강아지를 떠나보낸 지 9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냉정히 돌아서던 뒷모습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스팸 보다 더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니 한국인만 사랑하는 통조림도 있다.


바로 골뱅이 통조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대체 이걸 왜 안 먹는지 모르겠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는

이 귀한 식재료를..

그래, 외국에서 이 맛을 영원히 모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맛에 눈을 뜨면 가격만 올라갈 테니.


통조림은 전쟁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전투식량으로 개발된 식품답게

군대와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군생활을 하던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투식량이 아닌 정식 반찬으로 육고기/해물 비빔소스 통조림이 나왔다.

한 캔 딱 부어서 밥과 함께 비벼먹으면 아주 쌈박하게 식사가 끝난다.

요즘도 가끔 입맛이 없을 때 생각난다.


가끔씩 취사반으로 지원을 나가면

꽁치 캔 여는 게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비린내가 심하다고 하여 싫어했지만

난 이 꽁치가 참 좋았다.

꽁치 김치찌개, 꽁치 구이 모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다.


일본에서 먹은 게살 통조림도 기억에 남는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 아빠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만 내놓으려고 산 그 게살 통조림.

여행 가서 한번 사봤는데 좀 가격이 센 편이긴 했다.

캔을 열어 먹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그냥 게맛살 통조림이겠지

싶었는데, 토실토실한 분홍빛 게살이 나를 반겨주었다.

식감도 그냥 일반 식당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의 능력, 기술력에 감탄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통조림의 종류도

무수히 많다. 내가 먹어본 것은 지극히 소수라고 느껴질 정도다.


가공식품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 나도 잘 안다.

하긴 가만히 두면 변질되는 게 당연한 게 음식인데

몇 년 동안 철통 안에 있어도 변하지 않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방부제가 들어가 있겠나.


그러나 모든 음식에 적용되는 무적의 논리

"적당히만 먹으면 돼"


통조림은 죄가 없다. 무분별하게 먹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지.

지금도 군대와 산악인들에겐 사랑받는 존재이며

낙후된 국가에서는 부의 상징이다.

또한 앞으로도 꾸준히 통조림과 관련된 기술, 종류는

다양해지고 발전할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건강을 생각하느라

통조림 섭취를 과거에 비하면 현저히 줄였다.


그래도 자이언트 옥수수 통조림, 황도를 마트에서 볼 때면

한 번씩은 꼭 쳐다본다. 그것도 유심히..


유혹을 도무지 이겨내기 어려울 때는 하나씩 산다.

구매했다고 해서 그날 바로 먹지는 않는다.


최대한 참고 참고 참았다가 먹는다.

그래도 괜찮다.


내 친구 통조림은 유통기한도 기니까.

통조림과 나의 우정도 당분간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있다면 유통기한은 없었으면 좋겠다.

만약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 영화 중경삼림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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