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가져온
이른바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을 다뤘다.
예전부터 많은 매체에서 언급됐기에
많은 분들도 아시겠지만
결과적으로 어린 태완이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은 결국 잡지 못했고,
아이러니하게도 태완이 사건은
'태완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더 화가 나는 건 지금 당장 내 앞에
태완이를 죽인 살인범이 나타나
내가 무력으로 제압해
경찰에 넘긴다 한들 처벌받는 사람은
폭행을 휘두른 나지, 그 살인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공소시효제도 일까.
내가 공소시효라는 말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 본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서였다.
그때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란 걸 처음 알게 된 나는
아직까지 범인이 안 잡혔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몇 년 뒤면 범인을 잡아도 법적 처벌을 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그로부터 몇 년 뒤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이제 몇 시간 뒤면 모든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이 납니다'
라고 하면서 생방송으로 몽타주를 띄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잡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도 난다.
공소시효 문제를 다룬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면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공소시효가 끝이 나자
언론에 나타나 자신의 무용담을 풀면서
작가로, 인플루언서로 돈을 버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것은 극 중 함정이었지만)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다른 범죄들은 공소시효제도가 남아있다.
영화 속 정신 이상자 같은 사람은
다행히 없었지만 그런
'신인류(?)'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법적인 제재는 물 건너갔고 사적제재는 범죄인데
범죄자들은 죗값 치렀다며 활개치고 다니고..
아마도 극심한 사회적 대립이 발생하리라 본다.
일부 학자들은 몇몇 타당한 이유를 대며
공소시효제도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사람들이 마냥 분노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그래, 뭐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법이 생겼을 리 없겠지.
해결될 가능성이 난망한 사건을 수사하며
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게 맞다.
하지만 피해자의 눈물은 대체 누가, 언제 닦아줄 것인가.
TV나 유튜브, 신문등을 보면 가끔
수사기관이나 법조계 종사자들이 나와
범죄자 검거에 대한 쾌거를 전하며
'완전 범죄는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범인이 자수를 한다 하더라도
처벌을 할 수 없다면 그건 완전범죄 아닌가?
범죄자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이유는
벌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인간으로의 교화가 목적이라고 한다.
공소 시효기간 동안 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화 됐을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을 처벌한다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좋다, 그것도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 공소시효 기간 동안
범인이 뉘우치며, 반성하며 살았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
애초에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자수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형사 사건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그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공소시효 기간 동안 범인들이 맘 졸이며
살았을 거라는 건 '짐작'이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눈물 흘리는 건 짐작이 아닌 '확실'이다.
교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실현되면 참으로 좋겠지만
범죄자들에게 좋은 세상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보다
피해자들을 지옥 같은 세상에서 나오게 해 주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분노하는 영구 미제 사건들을 자세히 보면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못했던 사건들이 많다.
애초에 잘했으면 해결될 일들이다.
'태완이 법' 시행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어진 이후
수사 당국은 영구 미제로 묻힐뻔한 몇몇 살인사건들을 해결했다.
이러한 사례들만 보더라도 공소시효제도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난 동의하기 어렵다.
법은 가만히 있다. 그 법을 어기는 사람이 문제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법을 어긴 책임을 물게 해야 한다.
멀쩡히 잘 살다가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해
국가가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