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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유혹, 아이스크림

by 레지널드

여름의 대표간식 중 하나인 아이스크림.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은 번거롭고

빙수는 혼자 먹기엔 양이 많고,

직접 해 먹더라도

재료를 생각하면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그렇지 않다.

동네 슈퍼, 편의점 등에 어딜 가나 꼭 있고

요즘은 아이스크림 할인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참 넓다.


냉동실을 내려다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들이

나의 손을 이끈다.

맛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겉모습도 제각각이다.

스틱이 있는 바 종류에서부터 콘, 짜 먹는 튜브형,

떠먹는 아이스크림 등등.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은

캐러멜향이 진하게 묻어나는 메가톤이었다.

갈색의 네모난 고체가 조금씩 녹으면서 내는

그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이 너무 좋았다.

내가 '메가톤'을 고르면 누나는 항상 죠스바를 골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입맛엔 예나 지금이나 잘 안 맞다.

그 당시에 부유한 가정의 상징 같은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바로, 엑설런트. 낱개 포장된 그 아이스크림은

바닐라맛이 참 맛있었다.

그런데 손으로 포장지를 열고 스푼으로 떠먹는 게

조금 귀찮았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고정되어있지 않아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스크림이더라도 너무 차가우면 먹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천천히 녹여먹는 편이지 마구 깨물어 먹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깨물어 먹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그때 그렇게 안 먹은 게

치아건강에 참 좋았구나 라는 안도를 하게 된다.

바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천천히 먹게 되면

먹기가 매우 곤란해진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기 이후부터는 바 종류를 먹지 않았다.

메가톤과 작별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나는 그 후로 지갑에 여유가 있으면 콘 종류를,

여유가 없으면 빵또아를 사 먹었다.

빵또아 같은 샌드류 아이스크림도

베어 물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바와 달리 무척이나 부드럽다.


투게더와 구구 크러스트 같이

떠먹는 아이스크림도 좋아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아이스크림은 혼자 있을 땐 잘 안 먹게 된다.

그런 아이스크림은 꼭, 가족들 모두 같이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내가 살면서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먹었던 때는

군대에 있을 때다. 군부대 내 마트인 PX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정말 저렴했다.

얼마나 저렴하냐면

일단 우리 부대에는 바 종류를 먹는 사람이 없었다.

기본이 콘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플라스틱 컵에 담긴 고급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밖이었으면

'그 돈 주고 먹을 바에 차라리 배라를 간다'라고

했을법한 종류의 아이스크림들이었다.

그중 가장 사랑받은 아이스크림은

끌레도르라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 자대전입 첫날

대대장에게 전입신고를 하려고 대기하던

'군기 잔뜩 든 이등병'인 내 앞에서

선임 당번병이 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와 내 동기들을 놀렸는데 어찌나 그렇게 맛있어 보이던지..

그날 저녁, 분대장이 PX에 데려갔을 때

가장 먼저 끌레도르를 집었다.

뿐만 아니라 가끔씩은 아예 식사 메뉴로

아이스크림이 나올 때가 있었다.

'와'를 정말 질리도록 먹었다.


그래서 전역 후부터는

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 사 먹는다.

PX 가격에 적응된 나는 '사회의 가격표'가 너무 낯설었고

심지어는 비합리적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찾았다.

자주 간 건 아니었고 그냥 세 번 먹을 거 참고

한번 먹더라도 납득할만한 소비를 하자는 심리였다.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아이스크림 전문점,

그곳은 갈 때마다 작명 센스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엄마는 외계인,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이 고객들의 뇌리에 팍팍 박히는 제품명들.

그리고 가끔씩 다른 식음료회사와

콜라보해서 내놓는 제품들도

맛을 떠나서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실 아이스크림은 여름뿐만 아니라

화창한 봄날 따스한 햇살아래에서 먹어도 맛있고

벤치에 앉아 색이 이쁜 단풍을 바라보며 먹어도 맛있고

겨울에 먹어도 맛있다. 사시사철 맛있는 간식이다.


하지만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은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어든 게 확연히 느껴진다.

내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나처럼

'그럴 바에'라는 마인드로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가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슈퍼나 편의점, 아이스크림할인점에서

'365일 50% 할인' 같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판촉보다는 정말로 가격을 낮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인 안 해도 되니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길

소비자는 바랄 것이다.

ice-cream-3485154_640.jpg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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