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꼭 갖춰야 할게 몇 가지 있다.
얼마 전, 드라마 '더 글로리'를 다시 봤다.
방송/문화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라 다시 봐도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도 참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박연진이 문동은의 집에 처음 방문 했을 때다.
연진은 구두를 신은채 동은의 집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발로 비벼 끄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
곧이어 들어온 연진의 남편 하도영.
그는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온다.
동은은 그런 그의 배려에 감격해, 눈 딱 감고
복수를 포기하고 용서를 하려 한다.
하지만 연진이는 오히려 동은이를 도발하고 그 결과,
연진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결과적으로 기회는 놓쳤으나
연진의 남편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킴으로써
아내와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오늘은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예절과 예의를 이야기하고 싶다.
내 주변엔 다행히도 예절과 예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지키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에 대한 면역력이 무척 약하다.
가끔씩 나와 내 주변사람들 앞에 나타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예의 없는 인간들을 볼 때면
'같은 사람으로서 어쩜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가' 싶다.
예를 들자면, 걸어가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담배를 피우는 건 본인의 취향이니까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유해한 담배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한다면
흡연구역에서만 피우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하다못해 그냥 길 구석에서라도.
나는 군필자다. 군 장병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안다.
그런데 몇몇 몰상식한 군필자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본인이 예비군이랍시고 꺼드럭거리며
훈련장 조교들에게 반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인격을 갖고 있는 건가.
성인이 되어 처음 본 사이이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임에도
'야'라고 부르는 건 아마도 덕이
턱없이 모자란 사람이나 할 짓이 아닌가 싶다.
물론, 며칠간 같이 있다 편해서
시간이 흐른 뒤 말을 트는 것은 다르다.
내가 말하는 건 초면에 반말하는
그 이해 못 할 심리를 말하는 것이다.
가끔씩 인터넷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갑질도
예의 없는 행동의 한 전형이다.
지위가 높다는 것은 권한과 재물(월급)이 많다는 뜻도 있겠지만
그만큼 해야 할 책무 또한 많다는 뜻이다.
자신의 의무, 할 일에 집중하지 않고
누려야 할 것만 생각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촌극이 가슴 아프다.
더 화나는 건 정말 몇몇 빼고는 '갑'의 위치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갑질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술에 취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하는 사람이라든지,
배달 노동자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같이 힘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럴까' 싶다.
이와 비슷하게 사람을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부도덕 한 사람이라고 본다.
어떤 가방을 들고 있느냐, 어떤 시계를 찼느냐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고 본인보다 떨어지는 가격의 물건을
지닌 사람을 무시하거나, 혹은 비싼 물건을 가진 사람을
뒤에서 흉보는 문화는 참 저질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예의 없는 사람들이 더 혐오스러운 건
높은 확률로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 수준이 높고
힘센 사람들 앞에선 놀라울 정도로
매너 있는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20대 초반,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아르바이트생들과 실습생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을 섞는 지배인이 있었다.
그 사람이 자신보다 더 높은 지배인에게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서
난 절대 저런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다들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집안일을 하는 사람도, 학생도, 심지어 유치원생들도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거리 하나씩은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연하게,
공격적이고 예민한 성향 또한 하나씩 갖고 있다.
다만,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살아가는 상대방들에게
예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것을 감추며 살아간다.
무례한 사람들이여,
그대들만 화낼 줄 알고
성격 있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시길.
다른 사람들도 화낼 줄 알고 한 성깔 하지만
표출하고 싶은 거 다 표출하며 살면은
언젠간 도태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그래, 나부터 철저히 선(善)을 지키며 선(線)을 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