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 대공원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광진구에는
온 서울시민이 사랑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어린이 대공원.
원래는 골프장 부지였다고 하는데 이걸
온 가족의 공간으로 만든 건
정말 신의 한 수다.
정문이든 후문이든 지하철역과 매우 가까워서
접근성 또한 좋고
놀이기구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원/식물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 대공원 인근
주민들에게는 훌륭한 산책코스다.
저녁시간, 이곳에 오면 젊은 러닝크루들부터
여유 있게 걷는 어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긴다.
대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봄에는 화사한 꽃들이 어딜 가나 만발해 있으며
울창한 나무는 무더운 여름날, 그늘을 선물해 준다.
가을의 단풍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만큼
운치 있고 사람을 센티하게 만들어준다.
중랑천에서의 걷기가 운동,
사색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린이 대공원에서의 걷기는
소풍 같은 감성으로 나선다.
실제로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이곳으로 소풍, 사생대회도 갔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동물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넘버원은 단연 호랑이와 사자다.
이상하게 거기에만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항상 녀석들의 얼굴이 아닌 발부터 보게 된다.
난 맹수의 무서움은 치악력이 아닌
악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미지가
참 중요하다는 걸 하이에나를
보고 느낀다. 다른 맹수들은 다 좋은데 희한하게
하이에나는 정이 안 간다.
'라이온 킹'과 조용필 때문인 듯..
코끼리 새끼도 분명히 엄청난 크기를 자랑할 텐데
어미 코끼리 옆에 있으니 무척 작아 보인다.
그래서 더 귀여워 보인다.
파충류관에서는 무조건 뱀부터 찾아본다.
'저 뱀들은 주 서식지인 열대우림에 가면 바로 적응할까?'
'여기서는 과연 먹이를 뭘로 줄까?' 등등 궁금증도 막 생기면서
영화 '해리포터'처럼 유리벽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이곳엔 한때 대한민국을 핫하게 만든 스타가 있다.
바로 얼룩말 세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탈출 사건 이후 한동안은 세로의
우리 앞에 정말 많은 인파가 있었다.
여타의 동물원과 달리 도심에 있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고 본다.
얼룩말이 인구 천만의 도시를 달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곳도 있다.
바로 놀이공원. 초등학교 때 소풍 와서
탔던 회전그네를 보면 그때 그 놀이기구에서 느꼈던
상쾌한 바람이 떠오르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깔깔거리며
탔지만 지금은 사라진 다람쥐통도 괜스레 그리워진다.
요즘은 아주 어린 친구들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들로
내실 있게 많이 채워져 있다.
요즘같이 무더울 때는 음악분수가 명당이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분수가 춤을 춘다.
발라드, 클래식, 댄스곡 등 장르도 가리지 않고
아주 유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앞서 말씀드린 바,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 꽃구경, 동물구경 하면서 산책도 하고
나와서는 조금만 가면 군자동과 건대입구 주변 맛집들이
손짓하고 있으니 이만큼 콤팩트한 동선도 없다.
어린이대공원이 가장 이쁠 때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 그대로 어린이들이 많을 때다.
봄, 가을철 날씨 화창한 날 이곳에 오면 참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딜 가나 아이들의 웃음뿐이고,
누가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부모들의 표정이 재밌다.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저 순간을 위해서 사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묘한 행복이 차오른다.
캐치볼을 하는 부자,
딸은 솜사탕을 들고 엄마는 유모차를 끄는 모습,
연신 비눗방울을 만드는 개구쟁이들까지.
평일 낮에 가면 선생님의 인도하에 줄줄이 모여 다니는
유치원생들도 볼 수 있는데 그걸 보면
내 마음이 마시멜로로 가득 찬 기분이다.
이곳 어린이 대공원에 한 가지가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바로 미술관. 물론 지금도 시민들에게 좋은
안식처이지만 미술관까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이 되면 여러분들도
꼭 이곳에서 가을 소풍 한번 즐기시길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