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식이라 해도 손색없는 그 맛
몇 년 전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라탕과 마라샹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마라' 자체가 요식업의 큰 트렌드가 되었다.
참 희한하다.
그전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게 우리에게 스며들었다는 게.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마라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사실, 먹고 싶은 생각도 아직 들지 않는다.
내 주변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마라탕을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대체 언제부터 마라탕 먹고 지냈다고 저러나' 싶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었던 게 생각이 났다.
바로 양꼬치.
물론 그 사람처럼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먹어야 한다'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
마치 나는 이 음식을 예전부터 늘 먹어왔던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 정말 즐겨 먹었을 때가 있었다.
내 첫 양꼬치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통해서였다.
서울 노원에 위치한 양꼬치 식당이었는데
그때도 그 식당은 사람들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식구들 중 유일하게 양꼬치 경험자였던
누나가 주문을 마치고 능숙하게 꼬치를 기계에다 올려놓았다.
꼬치와 맞물려 돌아가게 만든 그 구이기기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다.
인간의 발상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진한 향신료냄새가 나서 처음엔 흠칫했지만 먹다 보니 금세 적응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었다.
지금과 다르게 당시에는 고급 중식당에만 가야 나오던 짜사이도 함께 나왔다.
참 신기하게 돌아가는 꼬치를 보는 재미,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 테이블마다 올라와 있던
중국 맥주병들.. 양꼬치에 대한 내 첫인상은 참 좋았다.
그 후 얼마뒤, '양꼬치엔 칭다오'가 전국적인 히트를 치며
우후죽순으로 양꼬치 가게들이 생겨났다.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은 집에서 너무 멀었고
나는 주로 건대 양꼬치거리를 찾았다.
중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들이 즐비한 그 거리는
양꼬치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중국 본토음식들을 판매한다.
난 양꼬치를 먹으러 가면 항상 사이드로
가지요리(가지튀김 or 지삼선) 나 토마토 계란 볶음을 주문한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는 음식들이다.
꼭 한번 드셔보길 추천드린다.
그로부터 어언 10년이 흘렀다.
그 많던 양꼬치 식당들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그때 영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식당들은 필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양꼬치를 먹었던 그 식당도 아직도 영업 중이다)
양꼬치는 분명 우리나라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국내에서의 역사가 긴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동네에 하나 이상씩은 꼭 맛있는 곳이 있고
직장인들 회식장소로도 인기 있을 만큼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늘 먹었던, 늘 함께 했던 음식처럼 인식이 되어버린 양꼬치.
중국 여행 갔을 때 기대를 가득 안고
양꼬치를 먹으러 갔는데, 우리나라 식당에 있는 기계가 없는 게 아닌가.
주방에서 조리를 마치고 뜨거운 돌판에 올려져 나오는 방식이었는데
맛은 물론 있었지만 약간의 아쉬움 또한 있었다.
애호가로서 이 음식의 단점을 말해보자면
이 음식이 향신료가 너무 강해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향이 강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음식에 관심이 없으실 거라 생각된다.
양꼬치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물어봤었다. 대체 왜 그렇게 향신료를 강하게 사용하는지.
그 사람은
'아무리 육질이 좋고, 개월수가 얼마 되지 않은 애들을
잡아도 잡내가 심한 게 바로 양이다.
그래서 그 잡내를 감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답을 들었다.
생각해 보니 양꼬치가 아니라 고급 식당에서 판매하는 양갈비,
호텔 레스토랑에서 파는 양고기에도 시즈닝이 심하게 된 게 기억이 난다.
그 향신료를 즐기는 수준에 진입하기만 한다면
이 양꼬치라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알게 될 텐데..
술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가끔씩은 술 한잔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순댓국에 소주 한잔, 야구장에서의 맥주,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 한잔 등등..
거기에 더해, 나는 양꼬치에 고량주 딱 한잔 마시는 상상도 빼놓지 않고 한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양꼬치 먹으로 한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