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자체가 한 편의 영화
나는 공항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설레어온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의 시작이 바로 이곳에서부터니
설레지 않을 수가 있나.
공항버스를 타고 오면서 영종대교를 지날 때부터
괜스레 자세를 고쳐 앉는다.
버스 유리창 너머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게 보이면
정말 여행 가는 게 실감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시절, 인천공항이 개항했다.
그때만 해도 공항은 김포공항이었는데 그 후로는
김포의 대부분의 기능이 인천으로 옮겨져 갔다.
바다 위를 메워서 지어진 특성상
대한민국의 지도를 바꾼 공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국내, 외 여러 평가기관은 물론,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는 시설이다. 첫 해외여행이 늦었던 나는
인천공항에 처음 방문했을 때 정말 신기했다.
'아 드디어 나도 공항에 와봤다'는 두근거림,
그리고 그걸 티 안 내려고 얼마나 표정관리를 했는지.
탑승동으로 가는 트레인도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렇게 세련되어 보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처음 국제선을 타고 도착한 곳은 홍콩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공항을 둘러보니
붉은 천에 화려한 금색으로 쓰인 한문 걸개, 그 너머로는
마천루 사진이 박혀있는 대형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홍콩스러움'을 제대로 느꼈다고나 할까.
생각해 보면 그 나라의 첫인상은 공항이
좌우한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듯하다.
다낭에 도착했을 때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 걸린
광고판을 보고서는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말이
언론에서 만든 과장이 아님을 깨달았다.
밀라노 공항도 기억에 남는다.
현지시각으로 매우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그런지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밖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체구가 큰 외국인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솔직히 좀 무서웠다.
예약한 차량이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위기에 압도당해
비싼 교통수단으로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몇 번의 해외여행이 더 있었는데
그때마다 느낀 건 인천공항이 참으로 잘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첫인상은 참 멋지게 기억될 것이라 확신한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도
처음 갔었을 때의 감정에서 '신기함'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공항에서 먹는 음식도 '설렘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인천 공항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식당이긴 하지만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출국할 때 하는 식사나 간식은 따로 정해진 것 없이
그때의 기분에 따라 어쩔 때는 한식을,
또 어떤 때는 양식을 먹거나 아니면 그냥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디저트류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귀국할 때만큼은 꼭 한식을 먹는다.
음식문화가 비슷한 나라를 다녀와도 한식을 찾게 된다. 이게 참 묘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아쉬움이 가득이지만
그래도 공항도착해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어찌 공항에 나처럼 좋은 감정만 안고 가는 사람만 있겠는가.
당장에 그곳이 직장인 사람들은 공항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나처럼 막 설레고 그러진 않을 것이다.
또한 중요한 사업과 출장업무로 외국에 가는 사람도
무거운 마음, 긴장감을 갖고 공항에 들어설 것이다.
가장 마음 아픈 건 수술이나 치료 차원으로
외국에 가는 사람도 많진 않지만 분명 있다는 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횟수만큼이나 다양한 사연들도 뜨고 내린다.
20여 년 전만 해도 공항에 사람들이 붐비는 건
방학기간 잠시 한국을 들르는 유학생들이나
혹은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떠나는 학생과 가족들이 대다수였고
해외여행객들도 거의 그 시기에만 몰리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명절이 가장 사람들이 많은 시기가 되었다.
아마도 이번 황금추석연휴 또한 그럴 것이고
어쩌면 단기간 공항이용객 신기록 경신했다는 뉴스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특히 확실히 체감하는 건 코로나가 끝난 이후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더 여행을 많이 간다는 점이다.
내 주변에서도 그렇고 언론보도도 그렇고 그 점은 확 와닿는다.
시대가 변했음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이용객들의 연령층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작년 말에 공항에 도착해서 트레인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 아주 앳되어 보이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수시모집 결과가 주제였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학생들끼리 해외여행을 다녀오다니..
나 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앞서 쓴 것처럼 나는 20대 후반에야
여권을 만들었을 정도로 첫 해외여행이 늦었다.
그전에도 해외에 나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안 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점이 두고두고 아쉬운데
아주 어린 학생들이 저렇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저 학생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사회에 더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