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하는 건 쉬워야 한다

그래야 지킨다

by 레지널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거기에 적극 동조하면서

지구와 인류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류,


또 하나는 나와 관계없는 일이고 죽고 나서

한참 뒤에 일어날 일이라며 무관심한 부류,


다른 하나는 그건 음모론이라고 일축하는 부류.


난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이 지구라는 행성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생각이 변한 이유는 아무래도 날씨의 영향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봄과 가을이 줄었다.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이제 봄인가 보다' 하면 그다음 주엔 덥고,

'완연한 가을이다'싶으면 얼마 안 있어서 추워진다.

이 주기는 내가 어릴 때에 비해서 무척이나 속도가 빠르다.


몇 년 전, 우연히 읽은 책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고

그때부터 환경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봤다.

글을 읽고 영상을 보면 가슴이 뛴다.

서식지가 파괴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모습,

위장에 해양쓰레기가 가득 쌓여 죽은 고래의 사체,

플라스틱 빨대가 머리에 꽂힌 거북이까지..


지구를 위해서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래서 한동안은 노력도 많이 했다.

샤워 시간도 줄였으며 물의 온도도 온수에서 미온수로 조정했다.

플라스틱 사용은 최대한 줄이려고 했고 특히, 분리수거를 철저히 했다.

사용한 페트병은 반드시 라벨을 제거하고, 최대한 발로 눌러서 버렸으며

비닐봉지 사용도 가급적 하지 않았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잠시나마 채식을 고려했을 정도로

환경보호에 푹 빠져있던 어느 날,

한 뉴스를 접했다. 투명 페트병을 아무리 분리수거해도 결국

재활용 업체에서는 다 섞어버린다는 뉴스였다.


화가 났다.


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그걸 위해

분리수거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떠들던 나를 보며

엄마는 "너만 그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유별나게 안 살아"라고 말했었다.

속으로 "엄마만 그래"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엄마의 말이 맞았다.

업체 관계자가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요"라고 말했는데

변조된 음성이 괜스레 더 기분 나빴다.


그러고 나서 얼마뒤, 또 힘 빠지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닌 종이 빨대를 제공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관한 뉴스였다.


요점은 종이 빨대를 만드는데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쓰이며

이산화탄소배출도 결코 적은 게 아니라는 것.

사실 그 카페를 가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어야

지구를 살린다는 믿음으로 그 정도의 불편함은 참았다.

그런데 그것도 결국 지구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빠졌다.


그때부터 기후위기를 주장하는 사람과 단체에 불만이 생겼다.

그렇다고 음모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문제를 제기했으면 대안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걸 일반 사람들에게만 강요하지 말고

기업이나 국가에도 요구했으면 좋겠다.

일반인들이 백날 분리수거 잘하고,

대중교통 이용해 봤자 재활용 업체들이 한데 섞어버리고

기업들이 제품에 온갖 포장을 다하고 그것도 모자라

박스테이프로 칭칭 감아버리면 의미가 없는 몸부림이다.


아울러 현실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으면 한다.

무작정 육류섭취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거나

대기업 본사에 가서 시위를 하고,

명소에 페인트를 던지는

과격한 행동은 사람들에게 반감만 살 뿐이다.


극단적인 대응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그리고 감성적 접근이 아닌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진정성을 갖고 사람들에게 왜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인지,

이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형실성 있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얼마 전 아주 감명 깊게 본 다큐멘터리에서

한 환경운동가가 이런 말을 했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70억 인구 모두가 쉽게, 누구나,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국가와 기업 또한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을 배반해선 안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동물들을,

벚꽃과 단풍잎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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