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슨 게임해?

답변하기 참 힘들었던 친구들의 질문

by 레지널드

얼마 전 지상파 방송사에서 한 게임 대회를 중계했었다.

그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 게임을 하고 있고

또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지상파에서 게임 중계를 한 게 최초라고 들었는데

그만큼 e 스포츠의 위상이 많이 올라왔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가

흔하지 않았고 인식도 좋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또한 게임중계를 보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 모두를 게임중독자라고

몰아세우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게임 산업은 성장을 거듭했고

지금은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의 위상이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단연코 스타크래프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 스타 크래프트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그때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게이머들이 각종 TV 프로그램과 CF에도 출연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이기석(쌈장), 임요환, 홍진호 등이다.


이 시절 동네 PC방은

'스타크래프트 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학생 형님들부터 시작해서 중, 고등학교 형들,

내 또래 초등학생들까지 모두 스타크래프트 삼매경이었다.

이때 집 좀 사는 친구들은 집에서 스타를 했고

일정한 시간에 모여 함께 즐겼다.


게임의 이름을 딴 음료수까지 출시된 그 시절,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몰랐다.

같이 놀던 옆집 형한테 물어보려고 했으나

우리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여의치 않았고 컴퓨터를 사고 나니,

그 형은 중학생이 되어 영영 같이 게임할 시기를 놓쳤다.

물론 내가 스타를 별로 내키지 않아 했던 것도 있다.

내가 하고 싶었다면 친구들한테 충분히 물어볼 수 있었으나

그때부터 스포츠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피파 시리즈나 하드볼 시리즈를 했다.


새 학년을 맞이하는 3월,

남자애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너는 무슨 게임해?'


축구나 야구 게임을 한다고 하면

애들은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들끼리 스타를 할 때 난 빠졌다.

그때만 해도 소외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

내가 관심이 없었으니.


그런데, 군대를 가서 처음으로 스타를 할 줄 모르는 게 아쉬웠다.

명절을 맞이해서 포대장이 주최하는 스타 크래프트 대회가 열렸다.

우승자에겐 3박 4일의 휴가증이 주어진 대회였는데,

내가 휴가증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못 누려서 아쉬운 게 아니라

저 대회를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명절기간 내내 부대원들 사이에서

저 대회는 엄청난 이슈였으며

식사시간에도 주제는 온통 스타크래프트였다.


'야 아까 쟤 미친 듯이 때리더라',

'다음 판에는 이렇게 해봐야겠어' 등등.

할 줄을 모르니까 저 사람들이 하는 말 자체를 못 알아들었다.

당시만 해도 20대 남자들은 다 스타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란

인식이었기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제대하고 나니 세상은 스타크래프트를 잊었다.

LOL과 오버 워치가 게임업계를 지배했고,

난 게임화면 자체를 본 적도 없었는데

애들은 이미 엄청난 레벨을 찍고 있었다.

나는 게임과 참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스타를 배울걸 하는 후회를 했으면서도

유행하는 게임은 거들떠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나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게임이 있다.


바로 야구게임.


매형에게 뺐어오다시피 헐값에

주고산 플스로 MLB를 즐긴다.

게임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김응룡이요, 김성근이다.

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밤에 게임을 하는데 그때는 아내도 날 부르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게임에 몰두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두 시간 남짓 게임을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번 한 주도 잘 보냈구나'라는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 스타를 할 줄았았다면 어땠을까 상상은 해본다.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을까?

친구들과의 사이가 더 돈독해졌을까?


결론은 아니다.

승부욕이 강하고 막무가내였던 어린 시절,

아마 나는 일상을 위협했을 정도로 몰두했을 것이다.


'그래, 게임이라는 게 어차피 취미로,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건데 유행 따라갈 필요가 없지'

이렇게 생각해야지.


야구게임의 유저로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프로야구 게임이 플스용으로 나왔으면 한다.

얼마가 됐든 바로 사야지.


이런 거 보면 나도 게임을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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