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로 동네 한 바퀴

나날이 발전하는 지도, 거기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

by 레지널드

얼마 전, 어디 갈 일이 있어서 지도 어플에 검색을 했다.

로드뷰를 보다가 실수로 잘못 눌러서

그 장소의 10년 전 모습을 보게 됐다.


확연한 T지만 삘 꽂히면 한없이 F가 되는 나,

그런 나는 그 사진을 보며 10년 전을 회상했다.

'맞아, 그때 여기에 있던 고깃집 참 맛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때 그 고깃집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그래서 로드뷰를 보면서 당시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까지 쭉 와봤다.

보는 내내 각각의 추억에 잠겨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했다.

절정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나왔을 때였다.

아주 다행히도 그때 친했던 친구들 상당수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몇몇 친구들이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선 우리 집 강아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동생 같던 강아지.

그 강아지와 함께 산책했던 코스와 상당 부분이 겹치던 나의 등굣길.

괜스레 그 녀석이 보고 싶어 졌다. 괜히 봤나 싶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로드뷰를 또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로드뷰를 봤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인 2010년으로 돌렸다.

분명 도로폭도 그대 로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온 것도 아니다.

대부분이 그대 로고 그 안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만

바뀌었을 뿐인데 굉장히 옛날 느낌이 났다.

'디지털 풍화'라는 게 이런 건가.


재밌는 건 2016년도 사진을 보니까 대왕카스텔라였던 집이

2022년엔 탕후루 집이 되었고 지금은 빈 공간이 되었다.

로드뷰를 보니 자영업의 시대상이 느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들을 하나씩 가볼 생각이다.

맛집이라는 게 증명되었으니까.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 잠시나마 행복했다.

모든 포털사이트들이 이러한 자료는 오랫동안 잘 간직해주었으면 한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도 이때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때는 더 깊은 추억에 잠기겠지..


생각해 보니 나는 이런 취미가 예전부터 있었다.

10년 가까이 쓰던 구형컴퓨터를 버리고 새 컴퓨터를 샀던 고등학생 때,

나는 바로 구글 어스부터 설치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화질이지만 당시엔 충격적이었다.

특히 3D로 구현해 낸 세계의 주요 명소들을 볼 때마다 두근거렸다.

뉴욕의 양키스타디움과 매디슨스퀘어가든,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등 세계의 주요 경기장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중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들을 미리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게도 북한의 지도도 제공됐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보면서 묘한 서늘함도 함께 느꼈고

동시에 '만약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이곳에 가서 사람들을 구출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유명 유적지나 관광지도 재밌지만 사실 제일 재밌는 건 우리 동네다.

전 세계 어디서나 우리 집을 내려다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재밌었고,

영화 속에 나오는 기술들이 마냥 허구만은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일반인에게 제공되는 위성지도가 이 정도이니

아마 군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서 보는 화면은

내가 차고 있는 시계 브랜드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내 취미활동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지도 보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사회과부도 책은 유일하게

내 것만 흔적이 있었으며

해외 뉴스에 나온 지역을 지구본으로 찾아보는 것도 재밌었다.

덕분에 지금도 어느 나라나 국내 지명을 들으면 어디 있는지 거의 안다.


다시 눈을 모니터로 돌려본다.

방에 앉아서 타자 몇 번만 치면

지구 반대편의 골목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말 옛날에 지도를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지도 하나만 달랑 가지고

여정에 나선 탐험가들도 실로 대단할 뿐이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 있을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로드뷰를 통해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다.

또한 과거에 내가 살았던 곳에 대한 좋은 추억도 더 굳건해졌다.

여러분들에게도 한 번쯤은 로드뷰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중요한 건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 가면서 보는 것이다.


그 길을 걸었을 때 했던 생각, 떠올렸던 사람과

들었던 음악이 바로 떠오르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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