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스포츠는 팬심으로만 봐야 한다

by 레지널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가 있다.

관계자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다.

그래도 이 제목만큼은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건

말 그대로 제목이 너무 좋아서다.


우리는 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고

괜한 오지랖을 부려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은 본인들이

그런 캐릭터 터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야구장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본다.

얼마 전 한 투수가 맞은 홈런에 대해 갑론을박이 뜨겁다.

그 선수가 최근에 부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투수를 투입했느냐를 가지고 그 팀 팬들,

그리고 다른 야구팬들 모두가 감독과 코치진에게 맹비난을 하고 있다.


이때다 싶어서 조회수를 올리려는 몇몇 악성 기자들은

욕하라고 판을 깔아주듯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뽑아내고 있다.


나도 잘 안다. 그 분노하는 마음.

팬으로서, 얼마나 답답하고 결과에 납득할 수 없는지.

'대체 저 선수를 왜 또 낸 거야?', '왜 저기다 던지지?' 등등.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현장의 시선이다.


우리는 화면 너머로 선수를 본다.

그렇지만 경기장에 있는 감독과 코치들은 현장에서 야구를 본다.

그리고 그들은 수없는 경험과 데이터를 머리에 입력한 프로들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만이 대한민국에

오직 열 자리밖에 없는 프로야구단 감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선수의 컨디션,

우리가 듣지 못하는 선수의 소리까지 듣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이다.


세상에 어떤 감독이 지고 싶어서 작전을 내고 선수기용을 하며,

또 어떤 선수가 지고 싶어서 경기를 한단 말인가.

결코 그런 사람은 없다.


우리는 취미로 스포츠를 본다.

하지만 그들은 밥줄을 걸고 임하는 사람들이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우리 속이 쓰린 건 사실이지만

그게 우리의 생계를 위협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결과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우리는 그냥 즐기기만 해도 된다.

그런데 왜 굳이, 안 그래도 착잡한 사람들한테 돌을 던지는 건가.

특히 경기장에서만 욕설을 퍼붓고 심해봤자

버스에 계란 던지는 수준인 과거와 달리

요새는 SNS를 통한 무분별한 공격이 정말 심각하다.


막말로 욕을 하려면 당사자한테만 하면 될 것을

왜 그들의 가족들까지 들먹이는가.

오죽하면 가족들에게 절대 야구장에 오지 말라고 당부를 한 선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돈을 얼마나 걸었길래 저렇게 까지 분노하는 거지?'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과가 안 좋으면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다.


프로리그도 심하지만 국가대항전으로 가면 문제는 한층 더 심화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잘 나오면

나의 일처럼 즐기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완전히 역적으로 몰고 간다.

특히 우리나라의 메달이 유력한 종목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쇼트트랙이나 양궁, 아시안 게임의 야구 같은 경우는

은메달 따면 아마 전 언론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선수들과 제대로 된 이야기 조차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그들의 정신력을 문제 삼을 것이고

운동으로 돈벌이를 하는 프로들의 몸상태를 제멋대로 재단한다.


1등이 당연한 분야는 절대 없다.


축구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 남자들의 대다수는 4년에 한 번 해설자가 된다.

축구만 시작했다 하면 90분 내내 입으로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진짜 90분 동안 축구 해본 적은 있기나 한지.


선수와 코치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 자는 게 아니다.

선을 지키고 있는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본 헤드 플레이'라는 말이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선수가 정신줄 놓고 경기하는 걸 말한다.

정 욕하고 싶으면 그걸 찾아서 비판하자.

그건 누가 봐도 명백한 선수의 잘못이니까.


단, 그들의 가족은 결코 죄가 없다.

스포츠는 팬심으로만 즐기자.

그리고 트집을 잡더라도 궁예 관심법 쓰듯이 하지 말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익명성과 화면 뒤에 숨어서 총질하는 비겁한 짓이다.

스포츠 경기는 스트레스 해방구로만 작용해야 한다.

목청껏 응원하고 즐기고, 이기면 더 기뻐하고 지더라도 추억의 하나로 남겨야 한다.


PS: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던 감독이 이끌던 그 팀은, 어제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로드뷰로 동네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