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덕분에 힘을 냈다

자연에 배우고, 감탄한다

by 레지널드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날씨였는데..


밤에 내린 비로 인해 순식간에 대기가 싸늘해졌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공기부터가 다르다.

환절기에는 왜 감기 환자들이 증가하는지 체감하며

아침 샤워를 마치고 식사를 했다.


나 자신을 '나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으나

월요일 아침은 힘들다.

'하루만 더 쉬고 싶다',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같은

일반적인 생각부터 시작해서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 출근길,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어서 빨리 주말이 됐으면 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유독 심하네'


원인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그냥

너무나 급격히 추워진 날씨 때문인 것 같다.

라디오 DJ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청취자들의 출근길 추위를 걱정해 준다.


그러다 문득 잘 조성된 산책로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와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다 떨어지지도 않았고, 앙상하지도 않지만

풍성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진 나무들.

그리고 일부러 치우지 않은 것 같이,

운치 있게 떨어진 낙엽들이 길을 덮고 있었다.

밤에 분명 비가 왔음에도 낙엽들에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참 멋있다, 역시 계절의 끝판왕은 가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몇 달 전

이 길에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7월 말 즈음이었고 그때도 출근하고 있던 길이었는데

햇빛은 뜨거웠고 아침부터 매미는

한을 토해내듯이 울고 있었다.

이마와 등에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하려던 그때,

때맞춰 산책로에 진입했고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에

들어서부터는 묘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씩 바람도 부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렬하는 햇빛과

사람 지치게 만드는 무더위에 기분이 다운됐던 내가

불과 몇 분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심지어 수화기 너머 아내에게

"이렇게, 좀 더워야 여름이지"라고 말했다.


불쾌지수를 높여주던 매미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도

여름날의 BGM으로 들렸다.

생각해 보니 그 이전 봄철의 풍경도 기가 막혔다.

가을엔 멋있는 단풍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해 주고

여름엔 푸르른 녹음을 자랑했던 이곳 나무들은

봄철엔 너무나도 이쁜 벚꽃을 나에게 보여줬었다.

그때의 출근길은 윤중로와 석촌호수 벚꽃길 부럽지 않게

화려한 벚꽃길이었다.

내년 봄에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그때도 난 기분이 좋을 것이다.

여름에도 마찬가지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줄것이고

가을엔 '낭만 있는 고독'을 선사할 것이다.

겨울에는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될 것이다.


그렇게 이 산책로와 나무는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당장에 오늘만 해도 출근하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았나.


한편으로는 깨달음도 얻는다.

말로는 초심을 잃지 말자, 꾸준히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지만 추우면 추워서,

더우면 더워서 출근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나무들은 '진정한 한결같음'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나무들이 나에게 깊은 감흥을 줄 수 있었던 건

자연의 섭리에 잘 순응했기 때문이고,

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늘 한결같이,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직장.

오늘도, 이번 한 주도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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