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반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by 레지널드

흔히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기가 어렵지

막상 하면 해낼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 말에 공감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굉장히 막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내 생각을 쓸 때는 더욱 그랬다.


블로그에 영화나 음악 리뷰글을 쓸 때와는 다르다.

리뷰글을 쓸 때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일단 왜 이 영화/음악을 택했는지 쓴다.

대부분이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예를 들면

'야구 시즌이 끝이 났다.(중략)

그래서 오늘 준비한 영화, 머니볼이다' 혹은

'단풍이 붉게 물들었고 거리는 낭만이라는 이불을 덮었다.

그래서 여러분께 에릭 클랩튼의 Autumn leaves를

소개해 드리려 한다'는 식으로.

물론 가끔은 막힐 때가 있는데

그때는 그냥 단순하게 지르고 시작한다.


설명 다 건너뛰고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화(음악)는'


처음엔 설명을 덧붙이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하지만 억지로 쥐어짜 내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시작하는 게 좋다.

적어도 내 경험상 그랬다.


하지만 위에 서술했듯

수필을 쓸 때는 정말 어렵다.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었다.

좋은 추억이 참 많은 장소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던 그날,

나는 당연히 그곳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금방 쓸 줄 알았다.

시쳇말로 '삘 꽂히면' 1시간 만에 2000자도

쓰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한 것이다.

쓸게 많은데 시작을 못하겠는 그 답답한 느낌..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경험을 해보셨을진 모르겠으나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만큼의 속 터짐이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약간의 노하우가 생겼다.


바로 '나는'이다.


내 글감은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느낀 것,

경험한 것, 장소나 음식, 사물에 대한 추억등이

주를 이루고 때에 따라서는

사회를 비평하는 글을 쓴다.


'글감'이 재료라면 어차피 요리사는 나다.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든 내 마음이고,

요리사가 느끼기에 만족스러운

요리(글)가 나오고 먹는 사람(독자)이

만족하면 된다.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내가 잘 알고 잘하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


어차피 내 경험과 생각을 담은 글이니까

'나는'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더 좋은 시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연히 그것으로 시작한다.


이런 적도 있었다.

그날도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서

그냥 '나는'으로 시작해서 쓰고 있는데

쓰다 보니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올라

그것으로 바꿔 다시 썼다.

그 글의 반응이 참 좋았었다.


결국 '일단 시작해서 쓰다 보면 쓰이더라'

하는 게 내가 느낀 바다.


'나는 고민이 쌓일 땐 중랑천을 걷는다',

'나는 파스타를 좋아한다'등등 결국

글쓴이인 내가

"오늘 글에선 이것에 대한 제 생각과 추억을 쓸 겁니다"

라고 알려주고 시작하는 게

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다.

중요한 이야기라 다시 언급하자면

일단 써야 하기 때문이다.

뭐라도 써야 다음에 어떤 문장을 쓸지

생각하게 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을 하다 보면 슬슬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빨라진다.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이다 보니 쓸수록

그때의 감정이 더 생생히 되살아나기도 하고,

그때는 몰랐던 감정과 하지 않았던

생각들도 떠오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라고 물어보거나

'여러분들도 이곳에 가서 저와 같은 좋은 추억을 쌓길 바란다'

는 식으로 마무리 짓는다.


나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더 나아가 정말로 읽는 사람이 생각을 하게 되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영화 시동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냥 하는 거야. 계속하다 보면은 그게 뭐든 간에 그게 너한테 어울리는 일이 된다고"


이 대사를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작이 뭐든 간에 그냥 쓰는 거야. 계속 쓰다 보면은 그게 뭐든 간에 하나의 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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