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고개 넘으니 참 좋다
아마도 오십 고개 너머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 네 눈은 더 멀리 바라보려고 했고, 네 귀는 더 깊이 들으려 했어. 네 가슴은 역지사지를 되뇌고. 그렇게 ‘참 좋은 곳’으로 향하는 동안 나 홀로 광야에 버려져야 했어. 그 길은 너무 더웠고 밤이 되면 너무 추웠어. 따스한 손길 하나 없이 묵묵히 혼자 걸어야 했지. 왜냐고? 그것만이 ‘참 좋은 곳’에 닿는 유일한 길이니까. 정말 그곳에 도착해야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을까.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광야에 홀로 있어도 더위 추위가 친구 되어 물들면 돼.
육십 고개 넘으니 참 좋다
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
살다 보니 꼭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 근데 왜 사람들은 죄다 꽃길 타령들일까. 사방팔방에 온통 꽃길만 펼쳐져 있다면 참 재미없겠지. 너의 수고가 먼지처럼 쌓여 광야에 피운 꽃, 화려하지 않아도 고고한 자태와 향기를 지녔어. 꽃향기는 희망, 소망, 사랑을 품고 날아가지. 이 한 가지는 진리야.
세상 무어든 죽어야만 비로소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 거룩한 죽음이 되는 거야. 그리하여 너의 수고는 헛되지 않았어. 결국 ‘참 좋음’은 죽음으로 가는 거였어. 아,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육십 고개 넘으니 참 좋다
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피운 광야의 꽃
봄날 휘날리는 꽃비는 곡조를 타고 노래해.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굽이굽이 잘 넘어온 너에게 주는 꽃노래 한 곡이야! 그 꽃은 때론 뜨거운 속울음을 울었겠지. 아프게 눈물 날리며, 또 흔들리며 피었겠지. 그 눈물은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사랑한다는 건 상대를 위해 나를 내어놓을 수도 있어야 해. 과연 죽기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죽어도 행복한 사람이야.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행복한 사나이라고 윤동주 시인이 말했어. 하지만 난 그런 사랑 자신 없어.
육십 고개 넘으니 참 좋다
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피운 광야의 꽃
뜨겁게 눈물 날리며
또 흔들리며 피웠지
아름다운 사랑의 꽃
차가운 바람 소리 서걱대는 한겨울 중간에서 너와 나의 마음 한 자락 펼쳐본다. 따스한 봄날에 닿으면 우리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피우자고.
이제 평안하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한없이 가볍다. 사랑의 씨앗 하나 내 안에 싹 틔워보고 싶었던 걸까. 그동안 수고했어.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며 써본 편지 같은 시 한 편, 그냥 씩 한번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