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수영장에 간다

수영을 만나 생긴 일

by 박기숙


2016년 1월이었다.

친구 선 이는 석 달 전부터 수영 배우기에 한창이었다.

가끔 내가 일하는 가게에 오면 수영 이야기로 시작해서 수영으로 끝을 맺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문제는 자꾸만 나더러 같이 배우자는 것이다.

“무슨 소리 하 노? 수영복을 우째 입 노? 말도 안 된다!”

도저히 수영복 입은 내 모습 상상하기 싫었다. ‘이 몸매를 어떡하라는 거야’ 심지어 날씬한 선 이가 얄밉기도 했다.

“너는 날씬하고 키도 크니까 이쁘지 난 안될 말이다.”

이런 대화는 또 한 친구 영미가 왔을 때도 되풀이된다.

선 이는 ‘우리 셋이 다니면 재밌고 좋을 건데...,’ 늘 미련이 남아 아쉬운 말만 했다.

영미도 수영복 입을 생각이 막막했지만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눈 딱 감고 수영복 한번 입어볼까? 같이 수영 한번 배워보자!” 둘보다는 셋의 힘이 더 강력했을까. 우린 큰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추운 겨울에 시작된 수영, 수영복에 대한 염려와 달리 누구도 내 몸매엔 관심이 없었다. 각자 배우기 집중하느라 타인을 쳐다볼 여유도 없다.

우린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어둠을 뚫고 새벽 5시까지 약속된 장소로 가야 했다. 셋이 모이면 30분 걸리는 수영장으로 출발한다.


선 이는 늦은 퇴근으로 늘 잠이 부족했고 가는 동안 쪽잠을 잤다. 눈이 내리는 날은 정말이지 무섭기까지 했다. 아직 새벽이 멀리 있는 듯 날은 깜깜하다. 수업을 마치고 내려올 때면 미명의 새벽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무언가 오늘 하루 역할을 한 것 같은 부듯함은 선물이었다. 솔직히 살면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한 적이 없는 나에게 칭찬의 이유는 분명했다.


자유형, 배영, 평형, 접영까지 다 배울 것을 생각하니 까마득했지만 일단 물속에서 내 몸이 뜬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년 초에 시작된 수영은 한 해를 보내며 네 가지 영법을 다 익혔고, 올바른 자세로 속도를 내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치고 집으로 오는 시간은 참 행복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물은 반짝거리며 응원의 손짓을 보내고 스치는 바람의 향도 달큰했다.


하지만 평소 알레르기 비염이 있던 나는 수영장 물 온도 차이로 더 악화되었다. 고민 끝에 그동안 잘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고마움을 담아 작은 화분을 준비해서 드리고 사유를 말씀드렸다. 뜻밖에도 선생님도 비염이 있다며 그냥 한번 계속해 보라고 권유하셨다.

계속하다 보면 괜찮을까. 면역력이 생겨서 더 나아질까. 갈등이 생겼다. 며칠 고민 끝에 비염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오기가 발동했고 계속해 보기로 맘먹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포기하지 않은 것은 살다가 잘한 것 중에 하나다.

우리는 몇 년간을 새벽을 깨우며 먼 곳까지 정말 열심히 다녔다.

2020년에 드디어 가까운 곳에 수영장 있는 체육센터가 건립되면서 더 좋은 여건에서 매일 수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좋았다.

새로운 수영장이 생김으로 사람들은 수영 배우기에 한창이었지만 우린 제법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새벽반에 등록했고 여기서 내 인생의 귀한 만남이 주어진다.

소설가 이진숙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선생님이 지도하는 ‘지리산 도서관 행복 글쓰기’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메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던 나는 난생처음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오랜 기억과 일상의 편린을 맞추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2년에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면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해에 첫 동인지 책을 내며 자연스레 ‘천왕봉 문학회’ 회원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문학회 문우들과 글 나눔 이야기 쏠쏠하다.


글쓰기에 한 발짝 다가서도록 손잡아주시는 선생님과 문학회 회원들의 만남도 깊어간다. 수영장을 통한 선생님의 만남은 인생의 커다란 축복이다.

벌써 수력 10년 차를 지나고 있다.

물론 가끔 가기 싫을 때도 있다. 지금은 허리디스크로 자유형, 배영만 물리치료 정도로 즐기고 있다. 그래도 꾸준하게 매일 행복한 운동은 수영장에서 만나는 친구들 덕분이다.


오늘도 나는 수영복 가방을 챙기고 있다.





*계정오류로 두번째 브런치 작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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