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통화 가능하신가요?

# 선생님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by 골방여자



아이의 각종 증상들이 최고조에 이른 때는 중학교 2학년 때이다. 1년 간의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결손이 생겼음은 물론이거니와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오락가락하다 보니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점점 수업은 힘들어지고, 학교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러면서 조금씩 지각이 시작되었다.


지각이 여러 번 반복되자 결국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때 정기적인 상담을 위한 전화 외에는 선생님과 따로 통화를 해본 기억이 없는데, 더군다나 웬만하면 부모에게 전화할 일 없는 중학생 아닌가. 어떤 말들이 나올지 두려움이 앞섰다.


선생님은 조금 가늘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졌다. 그리고 모든 언어를 분명하게 나누어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조금 깐깐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나는 자초지종 듣기도 전에 최근 등교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죄송하다며 최대한 저자세로 말을 했다. 물론 부드럽되 굽신거리는 뉘앙스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지각이 잦아지면 학습이 어려울 수 있으니 집에서 최대한 신경을 써주십사 하는 말을 아주 길게 하셨다.


나는 평소 말이 많은 사람을, 그것도 주저리주저리 맥락 없이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선생님은 딱딱한 말투로 짧은 주제를 길게 설명하는 분이셨다. 아이한테는 작은 실수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짜식' 하고 눈감아 줄 수 있는 조금 유연한 선생님이 더 맞을 것 같은데 그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아이는 지각을 하기도, 결석을 하기도 했다. 일을 하는 중에라도 그런 날은 미리 문자로 알려드렸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은 매일 따로 전화를 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adhd가 있어서 주의력이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학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조금 부족한 모습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adhd요? 그럼 병원을 다니는 건가요? 어떤 병원을 다니는 건가요?
네.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요즘은 흔한 질병이라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본인이 학교 생활을 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뿐입니다.


목소리만 들어선 경력이 있는 분 같았는데 adhd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는 것 같았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다는 말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고, 혹여나 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은 아닌가 우려하는 듯했다. 요즘 교실마다 adhd를 진단받은 학생이 적어도 두세 명은 된다고 들었는데 학생을 매일 접하는 선생님인데 이 용어가 생소하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나는 무지함 속에 육아에 내던져졌을 때 처음으로 정규 교육 과정에 대한 한탄을 했었는데 학교 다닐 때 평생 하게 될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했었다. 같은 맥락으로 요즘은 adhd가 그렇게 흔하다는데, 그런 유사 질환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선생님들도 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각 하나에서 비롯된 선생님의 설교는 왕따를 지나 어느덧 사회 부적응자에까지 이르러 '이러면 큰일이라고, 앞으로 어떡할 거냐'며 나를 코너로 몰았다. 내가 아무리 '지금 저도 애쓰고 있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복용하는 약도 조금 바꿔보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드려도 선생님의 말씀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느새 사회 부적응자에 닿아 있었다.


인과관계가 정확하여야 하고, 조금 신경질적이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미인 나보다 앞서 걱정을 하느라 매일 아이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다. 모든 것이 정확한 선생님에게 지각이나 결석은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었다. (물론 매일 출결 신경 쓰게 하는 우리 아이가 애물단지였겠지)


선생님은 매일 똑같은 현상에 그날만의 특별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하셨다. 마치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이해를 하겠다는 듯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보기도 하다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였다.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린 게 어제인데, 선생님의 기다림은 하루가 최선인 것 같았다.


선생님의 전화는 매일 오후 2시에서 3시경 반복되었는데, 나중에는 매일 전화를 하여 확인하였다는 기록을 남겨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날도 아이의 돌발행동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참이었다.

어머니~ 자꾸 이러다 보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자꾸 지각하는 모습을 보는 친구들이 아이를 못마땅해할 거고, 나중에 왕따로 이어질 수도 있구요.
어머 선생님~ 우리 아이가 혹시 수업을 방해했던가요?
아니요. 아직은 없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어찌 또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더라고요. 그 애들한테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선생님~ 우리 아이가 그 애들한테 방해가 되었던가요?
아니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아니. 선생님.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그러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제가 집에서도 충분히 얘기를 하고 있고, 약도 바꿔보고 한다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여러 번 말씀을 드렸는데, 저인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미라서 죄송합니다. 집에서 애쓰겠습니다'를 반복하던 어느 날 '어찌 친한 애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이더라'부터 조금 꼬이기 시작하다가 하지도 않은 방해까지 들먹이니 나도 욱해서 큰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선생님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자칫 아이의 학교 생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했었는데 그날은 나도 참기 어려웠다.




그 해 지각이나 결석에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선생님의 태도에 나는 곱절의 힘듦을 느꼈다. 나중에 3학년이 되어 그때 담임선생님에 대해 회고하며 아이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학생들도 선생님의 그런 기질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나도 그냥 '너네가 힘들었겠다' 정도로 동의하고 말았다.


당시 그 선생님은 매일 늦는 우리 아이를 따로 불러 기나긴 잔소리로 야단을 치곤 했는데 그 방법이 아이에겐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때 선생님과의 대화를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제발 당신의 아이니 당신이 집에서 어찌 좀 손 써보란 원망이 섞여있었고, 나 역시 선생님이 학교에서 어떻게 좀 해보면 안 되겠냐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었던 것 같다.


adhd를 가진 자녀와 함께 하다 보면 누군가 제발 나에게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좀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 그곳이 병원이기도 하고 상담센터이기도 하고 학교이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은 어떤 약을 어떻게 처방해야 할지, 이 약을 지속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약을 처방하는 관점에서 우선하여 보기에 공감을 얻고 마음을 위로받기 어렵다. 그리고 상담센터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원인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되었으나 역시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위클래스나 위센터 연계 외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더군다나 선생님이 adh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더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이것은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러다 보면 결국 아이의 마음이 자라야, 철이 들어야, 시간이 지나야 나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를 좀 더 가다듬어서 사회에 내놓는 일은 결국 나의 몫이구나 하는 커다란 짐만 남을 뿐이었다.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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