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성장시키는 아이들

by Bwriter

모든 아이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부모가정으로 아픔을 겪은 남학생이 부모님의 이혼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일탈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흡연, 오토바이, 도박, 가출.. 청소년으로 할 수 있는 일탈 행위는 모두 한 것 같다.

그래도 그 아이와 이야기해 보면 느낄 수 있었다.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가끔 보면 심성이 진짜 나쁜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행동의 이유가 있다.




보건실에 자주 오는 학생 A가 있다.

나의 기준에서, 이름을 외울 정도면 자주 오는 학생으로 본다.

작년에도 자주 와서 이름을 외웠었는데,

올해 유독 더 자주 오는 것 같았다.


그 학생 A가 작년에 담임과 갈등이 생겨서

담임선생님을 발로 찼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전해 들었을 때

그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 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모나지 않은 아이였다.


그런데 최근 학생 A를 관찰했을 때 느낀 부분이 있다.

최근 들어 그 학생은 동학년뿐만 아니라 낮은 학년, 높은 학년과 마찰이 생겼다.

한 학년 위의 5학년 남학생과 다툼이 있어서

시비가 붙은 학생이 친구들을 데려와 A를 집단으로 보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처음에는 5학년 학생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 A의 행동양상을 관찰했을 때 모든 학생들에게 시비를 거는 행동 양상을 보였다.


그 일화로 지난 금요일

또 다른 단골 3학년 여자아이 B 가 점심시간에 와서 복통으로 온찜질을 하고 있었다.

그때 5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몰려 나는 처치로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학생들이 대기하면서 마찰이 생겼다.

4학년 남학생 A가 3학년 여학생 B에게 "꺼져"라고 했다.


"꺼져"라는 말이 고등학교 학교 급에서는 나쁜 말 축에 끼지도 못하는 말이었지만,

전체적인 일생의 기본을 다지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모든 언행 하나하나가 바르게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전에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할 때에는

나의 지적이 그 학생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회의감이 들 정도로 학생들 생활교육이 의미 없게 느껴져

웬만한 일들은 그냥 지나간 적도 한두 번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가르침의 힘이 좀 더 강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학생들은 나의 지적에 자신의 행동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원래 학생들을 좋은 말로 타이르고 혼내지 않는데,

오랜만에 학생을 혼냈다.


사실 진짜 무서운 선생님들이 혼나는 거에 비하면 혼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약한 혼냄.

아니 어쩌면 가르침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학생들이 욕을 하면

앞에 나오도록 하여 "바른말을 사용하겠습니다."를 10번 하고 들어가라고 지도하신

나의 은사님이 계신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존경하는 선생님이신데,

그분의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그 학생 A를 마찰이 생긴 여학생 B와 분리시켰다.

그리고 "바른말을 사용하겠습니다." 5번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끄러운지 그 학생은 보건실 한 구석으로 자꾸만 숨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학생이 "아, 아니..!" 라며 하기 싫어하는 듯하며 변명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나는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고 둘 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중재하려고

학생 A에게 말해보라고 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말해보라고

억울한 것이 있는지 말해보라고.

그러자 그 학생은 아무 말하지 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5번의 말은 하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왜?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A야 지금 이거 5번 하는 것보다 나쁜 말을 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행동이야."

그 주위의 학생들은 순응했고,

A의 친구 한 명은 지켜보다가 별것 아닌데 주저하는 친구가 답답하고 안쓰러웠는지

'내가 대신할까?'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지켜봐서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빠르게 학생들을 처치한 후 올려 보냈고

마찰을 빚은 A와 B만 남았다.

B가 보는 앞에서 못하겠으면,

보이지 않는 모서리를 지나 말하도록 안내하였고

이내 그 학생은 나의 끈기에 못 이겨 "바른말을 사용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말했다.

"A야, 너는 예쁜 아이잖아 맞지?"

'아닌데요. 저 안 예쁜데.'

"아니야 선생님이 보기에는 예쁜데? 예쁜 사람이 예쁜 말을 써야지. 그런 나쁜 말을 쓰면 안 돼. 알겠지?"

'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고

이 일을 교감선생님과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교감선생님께서는 그 아이가 왜소한 체격으로 자격지심이 있는지

그전부터 자꾸 다른 학생들을 건드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다.

우선은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


그때 나는 학생들에게 사랑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나의 어떤 말과 행동이 그 상황에 적합할지 매번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이렇게 에피소드가 하나씩 생길수록

병아리 신규교사도 조금씩 성장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지만,

학생들도 교사를 성장시킨다.


또 한 뼘 성장할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매일 나의 보건실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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