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필터의 눈으로

by Bwriter

필터 [filter]

명사

1. 액체나 기체 속의 이물질을 걸러 내는 장치.

2. 얇은 껍질.

3. 빛을 선택적으로 투과ㆍ제한ㆍ차단하는 작용을 하는 색유리. 사진 촬영이나 광학 실험, 인쇄 제판 따위에 사용한다.

4. 특정 주파수의 진동 전류를 통과시키기 위한 장치.



올해부터 우리 학교에는 수석 선생님이 생겼다.

우리 교육지원청에 2분밖에 없으시다는데,

반 이상의 교사가 신규이기 때문에 지원해 주시려고 오셨다.



수석교사 [출처 : 나무위키]

수석교사는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서 교과 및 수업 전문성이 뛰어나고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교사와 공유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교원으로, 학생 교육과 함께 교사의 교육•연구활동을 지원한다.



줄여서 수석님이라고 하겠다.

수석님께서 처음으로 교사 대상 연수를 해주실 때 든 느낌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시는 활기차신 분, 밝은 분.


그 에너지 때문인지

우리 어머니 또래셨는데,

첫인상으로는 40대 초반 정도이실 거라고 예측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느낀 부분은

수석님 눈에는 예쁜 필터가 장착되어 계신 것 같다.




나는 매 학기 초 응급처치 연수를 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교사들의 대응체계를 안내한느 연수이다.

오랜만에 PPT를 제작하고 내 나름의 일화를 곁들여 열심히 준비하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교무실에 복합기를 사용하러 들렀다.

마침 수석님과 교감선생님 등 선생님들께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내가 가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러면서 수석님께서

"아니, 어쩜 발표를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해~? 너무 잘해!"

라고 칭찬을 하셨다.

나는 예상치 못한 칭찬에 당황하며 감사를 표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어제 선생님들끼리 난리였어~ 너무 잘한다고!"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평소 농담도 잘 못하고 말을 재치 있게 받아치지 못하는 성격인 나는

다소 대답도 딱딱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더군다나 갑작스러운 칭찬공격에 나는 머쓱해하며 감사만 연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다다음날 급식을 먹을 때 맞은편에 수석님께서 앉게 되셨다.

"선생님 책도 썼다며? 어떻게 쓰게 된 거야~? 무슨 책이야~?"


이 이야기를 그 전날 2학년 선생님께서 보건실에 약 받으러 오시면서 하셨다.

하지만, 소문의 출처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사실 유력한 분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수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셔서 나는 한번 더 물었다.

"엇. 어떻게 아셨어요?"

"교감선생님이 말씀하셨지~ 선생님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니까 말씀해 주시던데?

우리 학교에는 능력자들이 참 많다고!"

아하. 역시 나의 예측이 맞았다.

그래도 좋은 말씀으로 좋은 소문을 내주셔서 감사했다.

평소 나의 자랑을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라

나는 사실 위주로 가능한 최대한 겸손하게 답을 했다.




그리고 또 이틀이 지나 지난 금요일.

나는 오전에 보건실에서 안내하는 전체메시지를 보냈다.

체온계 취합이 안되어서 보냈던 것 같다.


하나의 메시지라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암묵적인 룰을 따라

전후 인사말을 붙이는 편이다.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선생님.'으로 시작해서 '조심히 퇴근하세요.'라던지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라는 문장으로 끝낸다.

누가 가르쳐 줘서라기보다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메신저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익힌 습관이랄까.

그래서 별 다를 것 없는 쪽지였다.


그런데 그날 퇴근시간이 다 되어 수석님을 마주쳤을 때

수석님께서는 "어쩜 말도 그렇게 예쁘게 싸~?"라고 말씀해 주셨다.

"네?" 당황한 나는 뭐가 그렇다는 건지 2초 정도 생각한 뒤.

아, 쪽지를 말씀하시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아,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나는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만날 때마다 이렇게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시는데,

내가 특별해서 나에게만 그러시는 것은 아닌 듯하고

모두에게 그러시는 듯했다.

그런 것으로 미루어보아 수석님 눈에는 예쁜 필터가 씐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그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에 임상장학과 동료장학으로 처음으로 수석님과 함께

수업 사전 사후 협의회를 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그 시간도 더불어 너무 기대된다.


앞으로 학교생활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나의 주위사람들을 나도 예쁜 필터를 씌우고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한 주였다.


앞으로는 그 사람의 좋지 않은 면은 뒤로하고

좋은 부분을 부각해서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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