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림의 미학

어른들이 왜 아이들을 감싸주지 못할까

by Bwriter



오늘 2학년 채채(가명)가 보건실에 왔다.

1학년부터 조용하고 귀여워서 자주 오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아이다.

오전에 왔을 때 친구가 어제 자기에게 넘어지면서 다리를 부딪혔는데,

아프다고 했다. 나는 케이엠 시프겔을 발라주고 냉찜질을 적용한 뒤

통증이 심하면 병원에 가라고 안내하였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또다시 보건실에 왔다.

늘봄시간인데, 오전보다 더 많이 아프다고 했다.

오전에 봤을 때도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고 걷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오후에는 고관절부위까지 통증이 확산되었다고 하였다.

늘봄 이후에 집에 가냐고 물었을 때,

태권도 이외에 학원을 2개 더 가서 총 3개의 학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근데 이렇게 아프면 병원 가야 할 것 같은데?"라고 했더니

'엄마가 학원 빠지는 건 절대 안 된데요.'라고 답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이스팩을 하나 쥐어주고 냉찜질을 했다.

보통 통증이 있을 때 다리의 경우 지지효과를 위해 붕대를 감아주기도 하지만,

종아리부터 고관절까지 너무 광범위한 범위라서

전체적인 붕대적용이 오히려 순환을 방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게 왜 다친 거라고 했지?"


어제 OO이가 **이한테 밀쳐져 가지고,
저한테 넘어져서 제 다리에 부딪혔어요.
어제는 안 아팠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아파요.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아니면 놀라서 아픔을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오늘 아픈 게 근육이 놀라서 그럴 수도 있고,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아이들의 일이니.


그러고 나서 늘봄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학부모님께 상황전달을 부탁드렸다.

아무래도 어제 다친 것도 늘봄시간이라고 해서

전체적인 상황설명을 늘봄 선생님께서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조금 있다가 아이가 올라가고

잠시 후 늘봄 시간강사가 내려왔다.

상기된 목소리로 채채를 찾았다.

'어제 분명 괜찮았다고 했는데?'라고 하며.

나는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늘봄 선생님께 내선전화가 왔다.

보건실에 왔던 시간강사가 채채를 다그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보건실에서 쉬어도 되냐는 전화였다.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까 두려웠던 걸까

아이의 아픔을 이해해주지는 못할망정

아이를 다그쳤다는 소식에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요즘 학교 현실이 많이 어렵긴 하다.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무고한 선생님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를 감싸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한번 더 들어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어제 괜찮다고 한 것도

오늘 괜찮지 않다고 한 것도

아이가 느낀 그대로 말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더 헤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췄으면 좋겠다.

최소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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