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있던 회사에 가끔 농민들이 찾아와서 자신이 재배한 제품을 수출해 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다 수출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준비가 되지 않은 농가 혹은 제품을 들고 와서 막무가내로 “해줘”라고 한다.
한날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올라오니 어느 지역의 대추 작목반 회장님이 필자의 부서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시 대추 작목반의 회장님 자치단체장과 친분이 있다고 하면서, 국장도 알고, 과장도 친하다고 등등 자신의 친분을 굉장히 과시하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제품을 홍보했으면 귀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작목반 회장과 부서장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부서장이 나를 불러 대추를 수출해 보자고 했다.
당시에 대추가 어떤 제품인지,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시장적 특성이 어떤지 전혀 몰랐다. 무작정 베트남 바이어와 홍콩 바이어에게 연락하였다.
“한국산 대추가 있는데, 가격은 이 정도이고 너희가 유통할 수 있을까?”
홍콩 바이어 왈 중국산 대추가 훨씬 싸고 크고 좋은데 내가 굳이 비싼 한국산을 써야 될까?라고 하였다. 당시 찾아보니 2018년도(전년도) 수출실적이 2,000불이 조금 넘었다.
베트남 바이어는 본인들 나라에서 대추가 훨씬 싸게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산 대추에 대하여 니즈가 없었다.
대추 작목반 회장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한국산 대추는 수출되기 힘듭니다. 가격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국산 대추보다 더 싸고 질 좋은 대추가 유통됩니다. “
작목반 회장님이 어떻게든 수출해봐 달라고 했다. 참 난감했다. 다시 바이어에게 연락을 해봐도 대답은 똑같았다.
회신드리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한 달이 지났다. 그러다 나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해가 바뀌었다. 어느 화창한 가을 점심날이었다. 작목반회장님이 박스를 들고 나타난 게 아닌가. ‘또 대추 팔아달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팀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이번에는 미니사과(루비에스) 수출을 해보자고 하셨다. 이번엔 대추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건 과연 팔릴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