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계에 종사하기 전까지 환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행 갈 때도 공항에서 가장 비싸게 외화를 구매했었다. 무역업에서 환율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대놓고 말해서, 환율은 이익에 바로 직결된다. 특히 농산물은 가격 변화가 심한데, 돈의 가격인 환율 변동까지 심하면 열심히 작업해서 수출을 보냈는데 수출 대금을 회수할 때쯤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 대금보다 비용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 범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하고 환변동 보험을 가입하여 환리스크를 헷지 하기도 한다.
환율 관련하여 전화위복, 새옹지마의 에피소드가 있다.
미수금을 6개월 동안 해결해 주지 않고 있던 베트남 업체가 있었다. B2B 영업이라는 게 앞선 거래의 일부를 상환하고, 그다음 거래를 바로 시작하고, 앞선 거래의 대금을 상환하고, 다다음 거래를 진행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샌가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부분을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거래처도 떨어져 나가고, 미수금도 불량채권이 되며 여러모로 골치 아프게 된다.
수출 보험을 들어놓더라도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기 시작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사람 바이 사람이지만, 가끔 외국 바이어들이 잠수 아닌 잠수를 타게 되면 더더욱 잠을 설친다.
베트남의 "그 바이어"는 딸기 수출을 4월에 종료했는데, 그때부터 딸기 3 팔레트 분량의 금액을 결제해 주지 않고 있었다. 본인은 LA에서 거주한다고, 굳이 새벽 3시쯤에 메시지를 대량으로 남겨놓고 한국 시간으로 업무를 하는 시간에는 일절 답장도 하지 않았다. 결제 독촉 메일도 보내고, 나도 LA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일부러 대량의 결제 요청 메일을 보냈다.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슬슬 "잠수"의 기미가 보였다. 새벽 3시에 오던 문자도 오지 않고, 아침에 깨서 보면 읽음 표시만 덩그러니 있었다.
8월 무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그 바이어가 연락이 왔다. 4개월 전에 수출했던 딸기에 품질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아니, 그걸 지금 왜 이야기하냐고!!!!!!!!!!!!!!!!!!!!!! 그때 미리 얘기했으면 됐잖아!!!!!!!!!!!!!!!!!!!!!!!!!!!!!!!!!!!!!!! 육두문자 ‘#%!$#%@#%^$ㅉ^@#$%!@’ 욕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말했다.
"네가 그때 얘기가 없어서 이 케이스는 종료하고 딸기 농가에 돈을 지급했어. 딸기는 잘 알겠지만, 컨디션이 하루가 다르기 때문에 받은 즉시 검품하고 문제가 있으면 1-2일 내로 알려줘야 답을 줄 수 있어."
정말 이성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자부했지만, 저렇게 떼를 쓰면 쉽지 않다.
"그래서 클레임 금액이 얼만데?"라고 묻자 정확한 수치도 아니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500불이면 돼?"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