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낸 복숭아는 어떻게 된 것인가….
019년 7월에 홍콩에서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홍콩 담당이던 필자는 홍콩 정치 상황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지금에는 매일 홍콩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그냥 흔한 정치 시위라고 생각했다.
7월에 홍콩 도심에서 작은 시위들이 발생하였고, 점점 과열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 말 8월 초가 되면서 시위의 양상이 극으로 치달았다. 진압하는 경찰들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였고, 시위대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도심, 경찰서 등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유료 해저터널을 봉쇄하기 위하여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농산물 수출은 제품의 준비가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특히 복숭아의 특성상 긴 배송을 버틸 수 있는 제품으로 선별하고 포장하기 때문에, 제품이 준비되면 빠르게 소비자에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이미 바이어와 협의된 복숭아 1 PLT가 준비되기 시작했고, 8월 11일 일요일, 복숭아가 준비되어 인천공항으로 떠났고, 그날 오후 인천공항의 창고에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복숭아는 다음날 대한항공 607편으로 오후 22시 30분 홍콩 첵랍콕 공항 도착 예정이었다.
8월 12일, 시위대들은 홍콩 첵랍콕 공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 뉴스에서는 홍콩 공항으로 시위대가 몰려든다고 방송하였다. 뉴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시위대가 홍콩으로 입국하는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입국장에서만 모여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17:55 정확히 퇴근하기 5분 전 홍콩의 B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오늘 받기로 한 복숭아 오늘 도착하는 게 맞니?” “오늘 항공기 다 취소 됐다는데 확인해 줘”
퇴근 5분 전 이런 문자를 받으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지금 Cathay Pacific 항공기는 전면 다 취소 됐다는데, Korean Air은 아직도 변동사항 없어?”
항공사에 연락을 해보니 아직 캔슬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바로 다음날 그다음 복숭아 선적건이 예정되어 있었고, 수확 및 작업이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도 작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항공사 부킹을 유지할 것인지 캔슬할 것인지, 산지에서 공항으로 운송하는 트럭도 캔슬해야 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했고, 계획된 많은 사항이 틀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22:30 도착이 아닌, 22:30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고 항공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화물기의 착륙만 허가받은 상태에서 물건만 내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운영하였다. 13일 오전 B담당자로부터 물건을 잘 받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