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웃던 그가 있었다

by 방울리아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는 여전히 바보 같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어릴 적 부터 그랬다. 누군가 화를 내도, 세상이 무겁게 짓눌러도 그는 마치 태양을 따라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 처럼 웃음을 띠곤 했다.


사람들은 종종 수근 거렸다.


" 저 사람은 철이 없어, 언제까지 저렇게 웃기만 할까"

"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데....바보지,,,바보"


그런 말이 쏟아져도, 그는 억지로 심각한 표정을 만들지 않았다. 슬픔이 닥쳐도, 실패가 겹쳐도,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삶의 짐이 늘어도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는 매사에 성실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갔다.


그의 직업은 프리랜서.

늘 불안정했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마음만큼 온순하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가 닥치고, 그가 하던 일은 한순간에 끊어졌다. 연락하던 거래처도, 찾아주던 고객들도 모두 사라졌다. 하루하루가 조용해졌고, 그는 홀로 작은 방에 앉아 시간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그는 문득 자신을 돌아보았다.

" 성실히 살았는데, 나는 실패한 걸까..."

어두움이 그를 잠식하려던 찰나, 그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우울의 늪에 빠지기 전에 바로 행동했다.

"내가 좋아하는게 무얼까..."

그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여행을 가자, 여행 유튜버에 도전해보자"

그는 다시 바보 같이 미소지었다.


주변사람들은 냉정했다,

그의 결심에 다들 "너도 이제 현실 좀 알아라, 너 나이에 무슨 새로운 시작이야?"

" 여행 유튜버? 어휴 한심하다"

비웃음과 조롱이 그의 귓가를 때렸다. 그럼에도 그는 바보처럼 웃었다.


그는 얼마 남지 않는 은행 잔고를 보며, 다시 다짐했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 실패해도 좋아, 무조건 움직여보자"


돈은 없었지만, 그는 가진 걸 꾸미지 않았다.

허세도, 거짓된 웃음도, 부풀린 자랑도 없었다.

낡은 카메라 하나와, 오래된 가방과 휴대폰 하나,

그게 전부였다.



그는 떠나기로 했다.

누군가는 실패라 부르고, 누군가는 헛된 일이라 말하겠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여행이 꼭 성공을 위한 발걸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그저 걷고, 보고, 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을.....그렇게 한낮의 햇살보다도 순박한 바보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의 가방은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바닥은 해어졌고, 지퍼는 자꾸 걸렸다.

카메라도 오래되서, 버튼을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며 가끔은 멈춰버리곤 했다. 하지만 그는 낡은 것을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든 새로 살 필요 없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공항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반짝이는 최신 카메라와 여행가방을 끌고 있었다. 브랜드가 빛나고,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틈에서 그의 낡은 짐은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그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손때 묻은 가방을 토닥이며 다정히 말했다.

"우리 오래 가자"



그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았다. 비싼 호텔 대신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 유명 맛집 대신 시장 골목의 작은 식당, 그러나 그는 그 곳에서 스쳐가는 사람들과 웃고,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에도 감사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담았다. 파도치는 바다를 찍을 때,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을 찍을 때도, 그의 영상에는 늘 자연스러운 웃음이 묻어났다. 낯선 도시의 골목길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곤 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오래된 담벽과 페인트 조각, 작은 카페 창 너머 햇살이 비치는 잔잔한 풍경까지.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렇게 그는 여행하며 기록을 쌓았고, 영상 속 웃음은 차분히,,,그리고 천천히 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한밤 중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그가 머물고 있던 마을을 덮쳤다. 집들은 물에 잠기고, 여행자들을 길을 잃었다. 사람들은 허둥대며 집 안팎을 오가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도망치치 않았다. 대신 이웃들과 함께 물건을 나르고,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했다.


카메라는 고장나고 손에 쥔 휴대폰은 젖었지만, 그는 꺼내어 순간을 담았다.영상 속에는 두려움보다 따뜻함이 있었다. 서로 의지하며 손을 잡고 물살을 건너는 사람들,

젖은 몸으로도 노래를 부르는 이웃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바보처럼 웃던 그가 있었다.


그날의 물살과 빗방울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진정한 행복은 화려함에서 오는게 아니라 바로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웃을 때, 그 따뜻함에 오는 것이라고.....




그의 영상은 사람들에게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웃음, 서로를 도우면서 만들어간 소소한 기적, 그 영상은 어느새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나갔다.


댓글은 점점 늘었다.


" 이 사람, 왜 이렇게 따뜻하지?", "오늘도 덕분에 웃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어요".


영상 속 그는 여전히 낡은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그가 머무른 순간마다 빛이 퍼졌다. 사람들은 그 빛을 따라 자신의 마음에도 작은 불씨를 켰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채널은 구독자 20만을 넘어섰다. 그는 웃었다. 바보처럼, 그러나 누구보다도 깊이, 세상의 따뜻함을 담은 얼굴로.


그는 여전히 낡은 숙소에 머물며, 낡은 가방을 끌고 골목을 걸었다. 그의 하루는 여전히 다르지 않았다. 매일매일 성실하고 바보처럼 웃는다. 그러나 그의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변했다. 그의 웃음은 전파되어, 사람들 마음 속에 작은 위로가 스며들었다.


한방 중, 다시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그는 카메라를 품고 서 있을 것이다. 손을 잡고 함께 웃는 순간이, 누군가를 돕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냉정하고, 실패와 고난이 넘쳐나지만 그가 보여준 바보 같은 웃음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희망으로 남았다.


바보처럼 웃던 그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웃음은 세상의 작은 불빛이 되어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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